중고거래 사기단, 암호화폐로 20억 세탁… 텔레그램 통해 2700명 피해

| 연합뉴스

텔레그램에서 중고거래 사기를 벌이고 암호화폐로 돈을 세탁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경찰 수사 결과 피해 규모는 처음 알려졌던 3억7000만 원에서 무려 20억 원 가까이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경찰청은 지난 1월, 인터넷 중고거래를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A씨(30대) 등 4명을 구속한 뒤 여죄를 추적해왔다. 수사 결과 이들은 2023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거래 플랫폼에 물품 판매 글을 올려 장년층 피해자 수천 명에게서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활용한 수법도 교묘하다. 텔레그램에서 5만~10만 원에 거래되는 중고거래 플랫폼 계정을 사들인 뒤, 목사나 수녀 등 종교인을 사칭해 이동식 농막이나 컨테이너와 같은 고가 물품을 판다고 속였다. 피해자들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물건값으로 수백만 원씩 송금했다.

송금된 돈은 대포통장을 통해 회수됐고, 이들은 이를 다시 암호화폐로 환전해 흔적을 감췄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계좌만 24개에 달했고,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던 관련 사건들을 모아 피해자 수까지 조사한 결과 총 2712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주범 A씨는 최근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고, 공범들도 각각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다만 경찰은 추가로 드러난 내용을 검찰에 송치하며, 범행 통합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중고 거래 사기를 넘어, 암호화폐가 불법 자금 세탁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