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가상화폐 투자자들과의 만찬을 열며 암호화폐 업계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자신과 연관된 밈코인 '트럼프 코인($TRUMP)' 보유자들과 비공개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는 200명 이상이 참석했고, 초청 대상자는 트럼프 코인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인 저스틴 선 트론 창립자도 이 자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금융 기업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약 7,500만달러(한화 약 1,030억 원)를 투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력도 있어, 행사 참석 배경엔 다양한 해석이 따르고 있다.
이번 만찬은 단순한 저녁 자리가 아니었다. 지난달부터 트럼프 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이들에게 티켓이 제공됐고, 최상위 투자자 25명은 백악관 투어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리셉션 초대까지 받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만찬 티켓을 얻기 위해 투자자들이 쏟아부은 금액은 총 1억4,800만 달러(약 2,034억 원)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나는 사업보다 나라를 우선시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가상화폐 혁신가들을 박해했지만, 우리는 이들을 미국으로 초대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또 행사 직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는 "미국은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앞으로도 이 우위를 지켜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행사 외부 분위기는 다소 싸늘했다. 행사장 밖에서는 약 100명의 시위대가 "가상화폐 부패를 중단하라",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은 이 만찬을 두고 "대통령직을 이용해 자기 재산을 불리는 부패 잔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녀는 트럼프 대통령이 암호화폐를 활용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주요 정치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암호화폐에 친화적인 입장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