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달러’에 베팅하는 법… 비트코인 담보 대출 전략 주목

| 김민준 기자

레드(Ledn)의 공동 창립자 마우리시오 디 바르톨로메오(Mauricio di Bartolomeo)는 자국화폐가 붕괴하던 시기의 베네수엘라에서 달러를 사기 위해 볼리바르를 공매도하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했다. 지금은 그 전략을 바탕으로 비트코인(BTC)을 담보로 달러를 빌리는 방식으로 *약화되는 미국 달러*에 대응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캐나다 크립토 위크 2024' 행사 기간 중 만난 디 바르톨로메오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비트코인을 활용한 담보 대출의 장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여전히 '사토시를 모을' 시기라고 강조했다.

디 바르톨로메오의 투자 철학은 2010년대 베네수엘라의 초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는 가치가 급락하던 볼리바르화를 차입한 뒤, 상대적으로 가치가 안정된 미국 달러를 매입했다. 이후 환율 차익을 통해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금융 전략은 레드라는 회사를 탄생시켰다. 그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달러를 차입하는 것은, 비트코인이라는 강한 자산을 보유하면서도 약한 통화인 달러에 대해 공매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레드는 비트코인 보유자가 자산을 매도하지 않고도 달러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전략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매력적인 운용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갤럭시 리서치(Galaxy Research)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레드의 대출 자산 규모는 총 99억 달러(약 14조 4,460억 원)에 달했다. 이는 *비트코인 담보 대출 시장*의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로, 채무를 통해 자산을 최적화하려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집약된 결과다.

암호화폐를 '강한 돈'(hard money)으로 보는 관점이 확산되면서 디 바르톨로메오와 같은 금융 전략가들의 접근법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와 같은 고물가·고금리 국면에서는 비트코인을 활용한 자산 운용이 기존 화폐보다 더 나은 대응 수단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