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마켓 해킹, '기계적 중립' 인정돼 무죄…디파이 판결 새 국면

| 김민준 기자

아브라함 아이젠버그가 분산형 거래소 망고마켓(Mango Markets)에서 약 1억 1,000만 달러(약 1,606억 원)의 암호화폐를 탈취한 사건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던 주요 혐의가 연방 판사에 의해 취소됐다.

28일 미 연방지방법원의 아룬 수브라마니안(Arun Subramanian) 판사는 해당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도출한 결론이 충분한 증거에 기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아이젠버그의 상품 사기 및 시장 조작 혐의를 무효로 했다. 또 세 번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면서 미 법무부가 주장한 범죄 구조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아이젠버그는 스스로를 ‘응용 게임 이론가’라고 칭하며 지난해 망고마켓의 MNGO 토큰 가격을 단 몇 분 만에 1,300% 이상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이 급등한 가격을 담보로 삼아 플랫폼에서 1억 1,000만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인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아이젠버그 변호인단은 그가 망고마켓의 자동화된 스마트 계약을 속이거나 허위 진술을 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설계상의 결함이 있는 프로토콜을 기술적으로 활용했다고 주장해 왔다. 판사 역시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수브라마니안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망고마켓은 허가가 필요 없는(permissionless) 자동화 시스템”이라며 “법률적으로 기만할 대상이 없는 구조에서 ‘기만’은 성립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탈중앙화 금융(DeFi)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과 그 법적 해석에 있어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사 당국은 스마트계약을 통한 금융 조작 행위에 대해 처벌 근거를 찾기 위해 법리적 해석을 시도했으나, 재판부는 디파이의 기계적 중립성과 자동성에 무게를 실으며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암호화폐 산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기각 결정이 향후 유사한 디파이 관련 사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불완전한 스마트계약 설계에 대한 위험 부담이 개인이 아닌 프로토콜 운영체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