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연속 ETF 앞지른 기업 비트코인 매수…전략 자산으로 급부상

| 손정환 기자

상장 기업들이 비트코인(BTC)을 향한 투자 열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기업들이 상장지수펀드(ETF)보다 더 많은 비트코인을 3개 분기 연속으로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를 중심으로 한 자산 축적 흐름 속에서, 비트코인을 전략적으로 보유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비트코인 트레저리스(Bitcoin Treasuries)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동안 상장 기업들이 확보한 비트코인은 약 13만 1,000BTC로 분기 대비 18% 증가했다. 반면, 이 기간 ETF가 확보한 비트코인은 약 11만 1,000BTC로 증가율은 8% 수준에 머물렀다. 비트코인이 장기 보유 자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 차원의 매수세가 ETF를 앞지르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CNBC는 이 같은 추세를 두고 "규제 환경이 암호화폐에 좀 더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전략적 포지셔닝을 통해 이익을 보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에코노메트릭스(Ecoinometrics)의 리서치 책임자인 닉 마리(Nick Marie)는 “ETF는 단지 노출 수단일 뿐이지만, 기업들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축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트코인 가격이 높든 낮든 상관 없이,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기준 상장 기업들이 보유한 BTC는 총 84만 9,245개로 집계됐다. 이는 현 시장가 기준 약 9조 원 규모(약 9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마이크로스트래티지(Strategy)가 70%를 보유 중이어서 명실상부한 ‘비트코인 기관 투자 대표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외에도 비공개 기업들이 보유한 BTC는 29만 878개(약 4조 3,999억 원)로 파악되며, 전체 유통량의 5.7%를 상장 및 비상장 기업이 공동 보유 중인 셈이다. ETF 등 기관 펀드 보유분까지 포함하면 전체의 7% 이상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시장의 일시적 불균형(arbitrage)’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규제 장벽이 차츰 완화되고, 암호화폐가 더 대중화될수록 기업들의 직접 보유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로선 초기 진입 기업들에게 잠재적인 *차익 기회*가 열려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편, 비트코인을 넘어 이더리움(ETH)으로까지 기업들의 관심이 확산하는 조짐도 보인다. 최근 비트코인 채굴사 비트마인(BitMine)은 펀드스트랫의 톰 리(Tom Lee)를 회장으로 영입하고, 이더리움 확보를 위한 2억 5,000만 달러(약 3,475억 원) 규모의 비공개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다. 게임 기술기업 샤프링크(SharpLink)도 4억 6,000만 달러(약 6,394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확보한 상태이며, 이를 스테이킹으로 활용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은 여전히 가장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수익성*은 새로운 매력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