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암호화폐 ETP 가이드라인 발표…규제 명확성 강화로 제도권 수용 가속

| 손정환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기반 상장지수상품(ETP)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규제 명확성 강화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ETP 발행사들이 준수해야 할 정보 공개, 순자산가치(NAV) 산정 방식, 수탁 구조 및 이해상충 절차 등을 구체화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의 접점이 확대되는 가운데, SEC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제도권 수용 확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SEC가 7월 1일 자로 공개한 이번 가이드에는 암호화 자산 ETP 운영 과정의 주요 항목이 조목조목 담겼다. NAV 계산 방식부터 벤치마크 선정 기준, 수탁 서비스 제공 계약, 거버넌스 구조, 이해상충 방지 조치 등에 이르기까지 각 사안별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 발행사는 1933년 증권법과 1934년 증권거래법에 따라 증권 등록 의무를 져야 하며, 사기 방지를 위한 조항 역시 그대로 적용받는다. 다만, 이번에 논의된 암호화폐 ETP들은 1940년 투자회사법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 발표가 시의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비트코인(BTC) 현물 ETF 등 암호화폐 기반 금융 상품에 제도권 자금이 유입되며, 관련 규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상황에서, SEC는 AML·KYC 보고 체계 강화와 위험 관리 기준 확립을 통해 시장 안정성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표에는 ETP 발행 목적, 벤치마크 추종 방식, 발행사 권한과 프라이빗키 관리 원칙, 하드포크 및 에어드랍 발생 시 대응 지침 등도 포함됐다. 아울러 거래소 유동성과 사이버 보안, 세부 기술 구성, 세금과 규제 리스크까지 포괄적으로 다뤘다. SEC는 이 가이드를 통해 이사진과 주요 임원이 맡아야 할 책임도 명시하며 내부 통제 기능의 핵심 구성요소로 삼았다.

SEC는 향후 거래소와 협력해 개별 심사가 필요한 19b-4 제출 절차를 면제받을 수 있는 ‘표준화된 상장 절차’ 마련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단위의 심사 없이 상장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시장은 보다 신속하게 혁신 상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다. 일반적으로 75일간 소요되던 ETP 심사 기간이 당국의 승인 없이 자동 상장으로 전환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이번 가이드는 암호화폐 산업의 성숙을 향한 제도적 균형추 역할을 하며, 규제 당국과 시장 간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EC는 "투자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 조성, 자본 형성 촉진의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디지털 자산 기반 금융의 혁신성을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암호화 자산이 메인스트림 금융 도구로 자리 잡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지금, 이번 발표가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클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