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K)의 비트코인(BTC) 상장지수펀드(ETF)가 또 한 번 기록을 갈아치웠다. 출시 1년 반도 채 되지 않은 이 신생 펀드가 블랙록의 대표 인덱스 상품인 S&P500 ETF보다 더 많은 수수료 수익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Shares Bitcoin Trust(IBIT)는 약 750억 달러(약 104조 2,500억 원) 운용 자산을 기반으로 연간 약 1억 8,720만 달러(약 2,602억 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두고 있다. 반면 같은 회사의 간판 상품인 iShares Core S&P 500 ETF(IVV)는 자산 규모가 6,240억 달러(약 866조 4,000억 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수익은 1억 8,710만 달러(약 2,6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자산 규모로만 따지면 IBIT는 IVV의 9분의 1에도 미치지 않지만, 수수료율(0.25%)이 IVV(0.03%)보다 네 배 이상 높아 더 많은 수익을 안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IBIT ETF가 단순히 상품이 아닌 ‘수익 제조기’로 진화했다고 평가한다.
노바디우스자산운용의 대표 네이트 제라치(Nate Geraci)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대한 노출을 포트폴리오에 적극 유입시키고 있는 상황 속에서 IBIT ETF는 그 수요를 가장 효과적으로 대변하는 상품"이라며, "수수료 경쟁이 치열한 기존 인덱스 시장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이 비용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IBIT ETF는 2024년 1월 출시 이후 18개월 동안 단 한 달을 제외하고 모두 순유입을 기록했으며, 현재까지 전체 비트코인 ETF 유입 자금의 55% 이상인 520억 달러(약 72조 2,800억 원)를 빨아들였다. 지난 2주간 유입된 자금은 14억 7,000만 달러(약 2조 455억 원)에 달하며, 6월 6일 이후 단 하루의 유출도 없었다.
Bespoke Investment Group의 공동 창립자 폴 히키(Paul Hickey)는 "이런 수치는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 수요가 얼마나 억눌려 있었는지를 보여준다"며,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왜 여전히 중심에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단적인 예"라고 분석했다.
한편, 다른 암호화폐 관련 ETF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번 주에는 솔라나(SOL) 스테이킹 ETF가 첫 거래일에 3,300만 달러(약 458억 원)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출시됐다. 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레이스케일의 디지털 대형주 펀드를 상장지수펀드(ETF)로 전환하는 신청을 승인하며, 멀티 암호화폐 ETF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암호화폐 ETF 열풍 속에서 블랙록의 IBIT ETF는 그야말로 ‘기계’처럼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다. 과거 주류 금융의 중심이었던 S&P500 ETF마저 넘어서며, 블랙록의 투자 전략은 명백히 비트코인 중심 축으로 기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