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미국 내 은행 면허 취득이 추진된다. 리플은 최근 미 금융당국인 통화감독청(OCC)에 국가은행 면허 신청서를 제출하며, 자사 스테이블코인 ‘RLUSD’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발표는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가 X(구 트위터)를 통해 직접 공개했다. 그는 해당 면허가 뉴욕금융서비스청(NYDFS)의 주 정부 감독과 연방 차원의 이중 규제 체계를 갖추는 길이라고 설명하며, 이는 스테이블코인 산업의 새로운 신뢰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리플은 또 RLUSD의 준비금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보관하기 위해 ‘마스터 계좌’ 개설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연준의 중앙은행 시스템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은 리플의 RLUSD가 거버넌스와 보안 측면에서 한층 더 ‘제도권 수준’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신청은 리플이 지난 2월 인수한 암호화폐 수탁사 스탠다드커스터디(Standard Custody)를 통해 제출됐다.
갈링하우스는 “리플은 항상 규제를 우선으로 설계해 왔으며, 2,500억 달러(약 347조 5,000억 원)를 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RLUSD는 기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기준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시스템 확장을 넘어, 인프라의 신뢰성과 법적 투명성을 전면에 내세운 행보로 풀이된다.
한편, 리플의 이러한 움직임은 라이벌 기업인 서클(Circle)의 선언 이후 단 이틀 만에 나왔다. USDC 발행사 서클은 최근 ‘퍼스트 내셔널 디지털 커런시 뱅크’라는 이름의 국가신탁은행 설립을 위해 OCC에 면허를 신청했으며, 이를 통해 USDC의 준비금을 외부 은행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서클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제레미 알레어(Jeremy Allaire)는 “인터넷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설계하기 위한 주요 걸음”이라며, 미국의 향후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에 적극 순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업들이 앞다퉈 은행 면허 취득을 선언하고 있는 배경에는 미 의회에서 진행 중인 ‘GENIUS 법안’의 입법 과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전액 준비금을 보유하고, 정기적인 보고를 진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원은 이미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앞으로 하원의 심의가 남아 있다.
리플과 서클의 행보는 단지 금융 서비스를 넘어, 신뢰 기반의 새로운 디지털 화폐 시대를 정착시키겠다는 공통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규제 우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차세대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