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파키스탄의 암호화폐 채굴 보조금 계획 공식 거부…시장 왜곡 우려

| 손정환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파키스탄 정부의 대규모 암호화폐 채굴 계획을 공식 거부했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잉여 전기를 암호화폐 채굴산업과 데이터센터에 활용하겠다며 2,000메가와트(MW)의 전력 공급을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IMF는 시장 왜곡 가능성을 이유로 이를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계획은 특히 겨울철 남는 전력을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IMF는 국가 보조금이 에너지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7월 3일 상원 산하 전력위원회에서 주관한 회의에서, 전력부 파크라이 알람 이르판(Fakhray Alam Irfan) 장관은 "현재로서는 IMF와의 협의가 성사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파키스탄은 경제 재건의 일환으로 암호화폐 채굴 및 인공지능 기반 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으며, 관련 논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정부 측은 IMF 외에도 다양한 국제 금융기관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향후에는 보다 합리적이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에너지 지원 정책을 새롭게 설계할 계획이라 밝혔다.

동시에 파키스탄은 심각한 전력 도난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다. 이르판 장관에 따르면 약 58%의 사용자들이 정부 기준 가격보다 저렴한 10루피 수준의 요금을 부담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2500억 루피(약 1조 2,500억 원)에 달하는 전기 보조금 재원을 필요로 한다. 전력 낭비와 손실이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채굴 산업에 추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것이 IMF의 판단이다.

한편, 파키스탄 상원에서는 지난주 상업은행들과의 부채 재조정 합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일부 의원들은 은행들이 정부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협조한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IMF의 거절로 인해 파키스탄의 암호화폐 채굴 활성화 정책은 사실상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전력 손실률이 높고 규제 기반도 미비한 상태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청정 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 없이 암호화폐 산업에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키스탄 정부는 향후 전략 수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재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