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비트스탬프에 암호화폐 사업 면허 발급…규제 강화 속 첫 승인 사례

| 김민준 기자

싱가포르 투자청(MAS)이 유럽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Bitstamp)의 사업 면허를 발급했다. 이번 허가는 싱가포르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제공에 해당하며, 비트스탬프의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진출 확대 전략의 일환이다.

MAS의 이번 결정은 최근 강화된 암호화폐 규제 정책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지난 6월 MAS는 해외 고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에 대해 반드시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이를 어길 경우 시장 퇴출은 물론 형사 처벌과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MAS는 당시 “싱가포르 외부에서 실질적인 규제 활동이 이뤄지는 사업모델은 자금세탁의 위험이 높으며, 당국의 감독이 실효적이지 않다”고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해당 면허는 비트스탬프가 싱가포르 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 승인은 MAS가 면허 발급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받은 승인이라는 점에서 비트스탬프의 구축된 내부 통제 시스템과 규제 준수 능력을 방증한다.

그러나 새 규정 도입 이후 면허를 확보하지 못한 일부 현지 암호화폐 기업들은 지난주 월요일까지만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많은 기업들이 철수를 고려하고 있거나 대체 지역을 물색 중이다.

싱가포르는 홍콩과 함께 아시아에서 대표적인 암호화폐 허브로 부상했다. 혁신을 장려하는 규제 환경과 강력한 소비자 보호 기조 아래, 2024년에는 MAS가 전년 대비 두 배에 달하는 크립토 관련 사업체의 면허 신청을 승인했다. 그 결과 올해 들어 싱가포르로 진출한 글로벌 웹3 및 디지털 자산 기업들의 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다만, 국제 기업들의 밀집과는 달리 싱가포르 일반 대중의 암호화폐 수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암호화폐 이해도나 거래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보유 비율 및 일상 사용에 있어선 제한적인 모습이다.

정책적으로는 면허 발급 문턱이 높아졌지만, 이번 비트스탬프 사례처럼 규제 당국의 기대치를 충족할 경우 사업 승인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가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거점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