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 상승이 더딘 이유로 ‘개인 투자자의 관심 부재’가 종종 언급된다. 온체인 지표 역시 이 같은 흐름을 방증하는데, 최근 개인 지갑의 활동량은 수년 내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표만으로 시장을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 비트코인 수요가 단순히 과거와 다른 경로에서 나타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이클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개인 투자자들이 더 이상 온체인 기반 거래로 비트코인을 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신, 미국에서 지난 1월 출시된 현물 비트코인 ETF를 중심으로 전통 금융 시스템을 통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 ETF는 기술적인 진입 장벽 없이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간접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투자 자문사와 헤지펀드들이 ETF 최대 보유자로 떠오르며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을 대리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법적 명확성과 회계 편의성 덕분에 ETF를 선호하며, 보험사·은행·연기금 등도 점차 비트코인 투자에 나서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능성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시장 불확실성을 자극하는 가운데, 기관은 물론 기업 고객까지 ETF를 통해 암호화폐 노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재 미국 내 현물 비트코인 ETF를 통한 비트코인 보유액은 약 1350억 달러(약 187조 6,5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개별 투자자들이 직접 보유한 수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즉, 겉으로 드러나는 개인 거래는 줄었지만, ETF를 통한 비트코인 투자 열기는 여전히 거세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도 개인 투자자는 여전히 자산 자율 보관(self-custody)에 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가 느슨한 국가들에선 직접 지갑을 이용한 거래가 여전히 활발하며, 온체인 참여가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과거와 다른 형식일 뿐, 비트코인에 대한 개인 수요는 여전히 살아 있다. 참여 방식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시장 성숙의 신호일 수 있으며, 이는 곧 가격 흐름에도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