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중국 포함 49개국 채권자 대상 자산 몰수 추진…中 이용자 반발 확산

| 손정환 기자

FTX가 자산을 동결 중인 전 세계 채권자들에게 새로운 경고를 보냈다.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이 암호화폐 거래소는 미국 법원에 49개국 이용자들의 채권 청구를 사실상 차단하는 계획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는 중국, 러시아,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 ‘제한 관할구역’으로 분류된 국가들이 포함돼 있으며, 중국 이용자만 전체 미지급 청구액의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안은 지난 2일 공개된 법원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제한 가능 국가’로 분류된 49개 지역 이용자들의 청구는 자동으로 ‘분쟁 상태’로 간주된다. 이후 FTX 회수 트러스트는 해당 국가에서 법적으로 지급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법적 검토를 진행하게 된다. 문제가 없을 경우 지급은 순차적으로 이뤄지지만, 법률상 위배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지급 불가를 통보하고 채권자에게 45일 이내 이의 제기 기회를 부여한다.

이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법원이 해당 국가를 ‘제한국’으로 지정하면, 지급 대상자가 여전히 해당 국가 거주자일 경우 이들의 자산과 이자는 즉시 몰수돼 FTX 회수 트러스트로 귀속된다.

이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특히 중국 이용자들의 격분은 SNS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한 사용자는 “FTX는 문제가 없던 시기에는 중국 이용자를 받았다”며, 지금 와서 ‘제한국’이라며 차단하는 건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청구자인 “Will”이라는 닉네임의 이용자는 “중국 본토는 암호화폐 거래를 제한하긴 하지만, 보유 자체는 허용되며 해외 달러 계좌도 보유할 수 있다”며 “송금이 가능한데도 정당한 채권을 무효화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절망에 빠진 이용자들이 많아지자, 일부는 자신이 보유한 청구권을 규제에 해당하지 않는 나라의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양도하는 방식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FTX 채권자 대변인인 Sunil도 이런 우회 방식을 현재로선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일부 채권자들은 이미 변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기준으로 5만 달러(약 6,950만 원) 이하의 소액 청구자들은 120%를 지급받았고, 고액 채권자는 지난 5월에 먼저 72.5%를 수령했다. 잔여 27.5%는 2027년까지 추가로 지급될 예정이다.

한편 관련 소송들도 마무리되고 있다. FTX 광고에 참여했던 유명 인사 가운데 은퇴한 NBA 스타 샤킬 오닐은 180만 달러(약 25억 200만 원)를 지급하며 합의했으나, 대부분의 연예인 관련 소송은 기각됐다.

암호화폐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참사 중 하나로 기록된 FTX 파산 사태는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이번 제한국 선별 제안은 법적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수조 원에 달하는 채권을 ‘몰수’하려는 의도로 비치고 있어 윤리적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