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지르엑스 사용자들, 동결 자산 놓고 싱가포르 집단소송…신탁권 분쟁 본격화

| 손정환 기자

싱가포르에서 동결된 암호화폐 자산을 둘러싼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인도 암호화폐 거래소 와지르엑스(WazirX) 이용자들이 거래소의 싱가포르 법인 젯타이(Zettai)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다. 사용자들은 아무 피해도 입지 않은 비트코인(BTC), XRP, 트론(TRX), 바이낸스코인(BNB), 테더(USDT), 그리고 현금 잔고 INR까지 이유 없이 동결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은 자산 분류 방식이다. 사용자 측을 대표한 로미 존슨(Romy Johnson)의 40페이지에 달하는 법원 진술서에 따르면, 젯타이는 사용자 자산을 해킹되지 않은 암호화폐(Category A), 현금성 자산(Category B), 해킹당한 이더리움 및 ERC-20 토큰(Category C)으로 분류하고 이를 모두 구조조정 안에 포함시켰다. 이에 대해 이용자들은 “신탁 법률에 따라 실제 사용자 소유 자산은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젯타이가 주장하는 해킹 사건조차 명확한 외부 침입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분석 결과 해당 자산은 내부 멀티시그 지갑을 통해 이전됐으며, 이는 여러 사람의 승인이 필요한 절차다. 해킹이라기보다는 내부 결재 체계를 거친 ‘의심스러운 이동’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자산 이전과 관련된 승인자 명단과 사용 내역 전반에 대한 외부 감사 요구까지 하고 있다.

법적 쟁점 또한 확산되고 있다. 싱가포르 고등법원은 지난해 젯타이가 제출한 구조조정안을 ‘오프쇼어 페이퍼컴퍼니와의 연관성을 숨겼다’며 기각했다. 로미 존슨은 이번 진술서에서 “암호화 자산은 파산 시에도 사용자에게 귀속된다”는 다수 판례를 인용하며, 이 사건이 단순한 거래소 도산을 넘어 *암호화 자산의 법적 소유권*에 대한 중요한 전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법원은 새로운 구조조정안에 대한 심문 일정을 2025년 7월 15일로 재조정한 상태다. 젯타이 측은 새 안이 승인되면 사용자들에게 자금을 돌려주겠다고 했지만, 이용자들은 이미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이 사건은 단순히 와지르엑스 사용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 자산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해킹 여부를 둘러싼 진실을 철저히 밝히는 것이 향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의 생존 요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