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비트코인과 암호화폐 시장은 전례 없는 제도적 수용과 자본 유입 속에 성장 국면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 계획을 실행하고 상원이 암호화폐 우호 법안인 GENIUS법을 통과시키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 금융권의 수요도 뚜렷하게 증가하며, 7월 3일 기준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누적 순유입액은 약 144억 달러(약 20조 7,360억 원)에 달한다.
연초 대비 약 15% 상승한 비트코인 가격(BTCUSD)은 S&P500 상승률의 두 배를 웃돌며, 5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1만 2,00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시가총액 1위 암호화폐가 추가 상승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비트코인 국고 회사’로 불리는 기업들의 등장은 현재 시장의 핵심 흐름 중 하나다. 이들은 자산 일부 또는 대부분을 비트코인으로 보유하면서, 이를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으로 삼거나 비정치적 글로벌 준비자산으로 평가해 장기 보유 전략을 취한다. 마이클 세일러의 전략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필두로, 메타플래닛이나 트웬티원과 같은 신생 기업들까지 시장에 진입하면서 현재 공시된 비트코인 보유 상장사는 135개를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비트코인 재무 솔루션 업체 캐슬의 CEO 스티븐 콜은 "2025년 하반기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자산으로 본격 채택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각국 주요 금융 시장에서 비트코인 기반 자산운용 전략 수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비트코인 매수를 '언제 할 것인가'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추세가 알트코인 수요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시장 자본이 재편되면 소수 대형 암호화폐를 제외한 다수의 대안 자산이 소외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디파이(DeFi)나 자체 생태계를 갖춘 유틸리티 기반 알트코인은 제도 변화에 따라 반등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콘X의 리서치 총괄 데이비드 라완트는 “알트코인은 여전히 비트코인이 충족하지 못하는 기능적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에 따른 신기술 실험이 새로운 흐름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 시장을 통한 암호화폐 투자 접근성 또한 확장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 기반 현물 ETF에 이어, 타 디지털 자산에 기반한 ETF 역시 잇따라 신청되고 있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후 출시가 예고된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펏은 “올해 안에 대부분의 19b-4서식 기반 ETF 신청이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며, 향후 현물ETF에 스테이킹 기능이 더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 직접 연관 기업들의 IPO 열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RCL)의 성공적인 상장은 갤럭시(GLXY), 이토로(ETOR)에 이어 제미나이와 크라켄, 콘센시스, 리플 등의 상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편 이더리움(ETH)은 최근 몇 년간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온 가운데, 반등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비트코인 대비 약 85% 가치가 하락한 상태다. 그러나 제도 금융과의 연계성, 일일 거래량, CME 선물시장 활성화, 그리고 현물 ETF에서의 스테이킹 도입 전망 등은 이더리움의 반전 재료로 작용할 수 있다. 라완트는 “이더는 여전히 기관 투자자 접근이 덜 이뤄진 자산”이라며, 하반기 기대를 접기 이르다고 평가했다.
2025년 하반기 암호화폐 시장은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과 함께, 제도적 확산, 투자 수단의 정교화, 그리고 이더리움 등 대안 자산의 반등 가능성까지 다층적인 구조 속에서 새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