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가상자산 규제청' 공식 출범…암호화폐 제도권 편입 가속

| 김민준 기자

파키스탄이 디지털 자산 산업 전반을 총괄할 새로운 규제기관을 설립하며 암호화폐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최근 ‘파키스탄 가상자산 규제청(Pakistan Virtual Assets Regulatory Authority, PVARA)’을 신설하고, 이를 독립적인 감독기구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 기관은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에 대한 면허 발급, 감독, 규제를 포함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사항을 비롯한 글로벌 기준 준수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파키스탄 재무부가 지난 5월 말 공식 발표한 신기술 기반 금융 혁신 전략에 대한 후속 조처다. 무함마드 오랑제브 파키스탄 재무장관은 “이제는 단지 글로벌 흐름을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할 때”라며 “소비자 보호와 해외 투자 유치를 강화하고, 파키스탄을 금융 혁신의 중심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장래를 준비하는 정책적 틀을 우리가 직접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PVARA는 파키스탄이 금융 디지털화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이끌 중요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무부는 관련 성명을 통해 PVARA 설립을 “결정적인 전환점”으로 평가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목표로 법적 기반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에는 국제기구의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파키스탄 정부가 제출한 전력 요금 보조금 제안을 거절했다. 이 제안은 비트코인(BTC) 채굴업체와 같은 고전력 산업군에 보조 전력 공급을 허용해 국내 채굴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앞서 파키스탄은 2000메가와트 규모의 잉여 전력을 비트코인 채굴과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해당 정책은 파키스탄 암호화폐 위원회가 주도하고, 재무부가 지원하는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이다. 하지만 IMF는 이 같은 접근이 에너지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한편, 파키스탄은 해외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 초, 비랄 빈 사키브 파키스탄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담당 국무장관은 캔터 피츠제럴드 회장이자 CEO인 브랜든 루트닉, 뉴욕시 시장 에릭 아담스와 연달아 회동을 가졌다. 루트닉과의 만남에서는 자산의 토큰화, 비트코인 채굴, 웹3 생태계 구축을 주요 논의 주제로 다뤘으며, 아담스 시장과의 회동에서는 뉴욕시와의 공동사업 가능성을 포함해 양국 간 협력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이처럼 파키스탄은 규제와 인프라 정비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전방위적인 디지털 경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PVARA 출범은 파키스탄이 단순히 후발주자로서 따라가는 것을 넘어서, 암호화폐 시대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