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Tether)가 80톤 이상의 금을 스위스의 비밀 금고에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금 보유량은 약 80억 달러(약 1조 1,120억 원)에 달하며, 테더는 이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비은행권 금 보유자로 부상했다.
이번 보도는 블룸버그를 통해 처음 공개됐으며, 테더 홀딩스(Tether Holdings)의 최고경영자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는 해당 금고가 자사에서 직접 소유하고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라고 표현했으며, 보안상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르도이노는 자사가 발행한 금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XAUT의 성장 가능성에 대비해 금 보관소를 직접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향후 XAUT 유통 규모가 1,000억 달러(약 139조 원)까지 확장되면 자체 금고 운영이 수탁 비용 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현재 테더의 주력 스테이블코인 USDT는 주로 미국 국채를 포함한 안전자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으며, 전체 준비금 중 약 5%는 귀금속 등 실물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이번에 드러난 금 보유분이다. 하지만 이는 최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GENIUS 법안'과 충돌 소지가 있다. 해당 법안은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현금 및 단기 국채에 한정하고 있어, 귀금속 보유는 규제저항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르도이노는 “금은 어떤 국가 화폐보다 논리적으로 더 안전한 자산”이라고 주장했지만, XAUT처럼 금 기반 자산이 급격히 확장하는 경우, 테더는 미국과 유럽 규제 시장에서 배제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규제 준수를 위해 금 보유 자산을 축소하거나 구조를 재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금 보유 이슈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점에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전체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은 최근 2,553억 달러(약 354조 6,670억 원)를 돌파했으며, USDT는 이 중 62% 이상을 차지하며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경쟁자인 서클(Circle)의 USDC는 약 24%를 점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267개의 스테이블코인이 나머지 시장을 분할하고 있다.
테더의 금 기반 전략은 시장 내 차별화를 노리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지만, 동시에 규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양날의 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결정이 스테이블코인 업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