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RLUSD가 출시 반년 만에 시가총액 5억 달러(약 6,950억 원)를 돌파하며 업계 내 위상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미 달러화에 1:1로 고정된 RLUSD는 유럽연합의 디지털 자산 규제안인 MiCA(암호자산시장법)에 부합하며 설계됐고, 그 결과로 더욱 견고한 시장 신뢰를 얻고 있다.
RLUSD는 출시 전 6개월간 시범 운영에서 3만 3,000건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고 이후 뉴욕 금융서비스국(NYDFS)의 승인을 받아 지난해 12월 정식 출시됐다. 이더리움(ETH)에서 약 5,290만 달러(약 735억 원), XRP 레저에서 약 1,330만 달러(약 185억 원) 규모로 RLUSD가 발행됐고, 현재는 크라켄, 비트겟, 유니스왑 등 주요 거래소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시총은 이미 2억 4,400만 달러(약 3,392억 원)를 넘어섰으며, 두바이 금융감독청(DFSA)에서 RLUSD를 정식 디지털 토큰으로 승인받는 등 제도권 진입 성과도 돋보였다. 곧이어 스위스 글로벌 은행 AMINA의 거래 및 커스터디 지원도 받아 RLUSD의 상용화 기반은 더욱 견고해졌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국 은행인 BNY 멜론($BK)이 RLUSD의 공식 수탁은행으로 지명되며, 이 스테이블코인의 제도적 신뢰성과 수용 범위가 더욱 확대됐다. 다만 RLUSD가 향후 따라잡아야 할 경쟁자들은 여전히 거대하다. 시총 1,580억 달러(약 219조 원)의 테더(USDT)와 610억 달러(약 84조 8,300억 원)의 서클(Circle)의 USDC가 업계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리플은 RLUSD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리플은 프라임 브로커리지 기업 히든로드(Hidden Road)를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7,375억 원)에 인수하면서 업계 첫 다중 자산 브로커 운영 주체로 자리매김했다. 히든로드는 연간 3조 달러(약 4,170조 원) 이상의 거래 청산을 제공하며, 이 과정에서 RLUSD가 담보자산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리플이 USDC 발행사인 서클까지 인수하려 했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에 대해 서클 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는 "그런 계획조차 없었다"며 명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조지타운대학교 법학 교수 크리스 브러머(Chris Brummer)가 직접 밝혔듯, "리플은 서클 인수를 고려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 공식적이다.
출시 반년 만의 5억 달러 시총은 RLUSD의 가파른 성장세를 입증하지만, 시장의 패권 구도를 흔들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시장 규제 대응력, 제도권 수용성,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 통합 측면에서 RLUSD가 보여주고 있는 성장 속도는 리플의 전략적 기획이 단기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 경쟁력을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