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11만 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를 돌파하며 또 하나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최근 며칠간의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는 잠정적인 미국 규제 완화 기대감, 제도권 자금 유입, 매크로 경제 변화 등의 복합적 요인에 힘입어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2조 2,130억 달러(약 3,087조 원)로, 알파벳(구글 모회사)를 제치며 다시 한 번 월스트리트와 암호화폐 시장의 중심에 섰다.
비트코인 투자 심리를 가장 크게 자극한 요소로는 미국 정치권의 규제 명확화 움직임이 꼽힌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XRP) 최고경영자는 최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CLARITY 법안’을 지지하며 제도적 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모든 상원 의원이 이례적으로 ‘암호화폐는 사라질 수 없는 기술’이라며, 시급한 규제 도입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정책 신호는 투자자들에게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줬다.
경제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금리정책 제안도 시장 분위기를 달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폭인 300bp 인하할 것을 연준에 촉구하며, 고성장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낮은 금리는 전통 자산보다 변동성이 크지만 수익률이 높은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하게 만드는 촉매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 역시 주요한 배경이다. 미국 달러지수(DXY)는 현재 200일 이동평균선 이하에서 거래되며 20년 만에 가장 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달러 가치 하락은 통상적으로 금, 비트코인 등 대체 자산으로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경향이 강해, 이번 반등에도 일조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제도권 자금 유입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7월 9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ETF로 총 2억 1,500만 달러(약 2,989억 원)가 유입됐으며, 이 중 블랙록(BlackRock)의 iShares Bitcoin Trust(IBIT)가 1억 2,560만 달러(약 1,747억 원)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크인베스트먼트와 그레이스케일도 각각 5,700만 달러(약 793억 원), 1,580만 달러(약 220억 원)의 자금을 모으며 기관 자산가의 신뢰를 보여줬다.
한편, 급등장 속 대규모 청산도 동반되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24시간 사이 11만 4,500명 이상의 트레이더가 강제 청산을 당했고, 총 손실액은 5억 1,500만 달러(약 7,164억 원)에 달했다. 특히 HTX 거래소에서 발생한 비트코인-USDT 거래의 단일 청산액이 약 5,150만 달러(약 716억 원)로 집계됐다. 이 중 단기 포지션 청산이 4억 5,100만 달러(약 6,270억 원)를 차지해, 무리한 레버리지 운용의 위험성을 다시금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정책 환경 변화, 제도권 매수세, 매크로 경제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비트코인 상승장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상승세가 거세질수록 청산 리스크도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