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선물 거래량, 비트코인($BTC) 추월…시장이 주목한 전환점

| 손정환 기자

이더리움(ETH)의 선물 거래량이 비트코인(BTC)을 앞지르며 시장에 변화의 조짐을 알렸다. 7월 10일 기준 24시간 동안 이더리움 선물 거래량은 621억 달러(약 86조 4,190억 원)를 기록하며, 비트코인의 617억 달러(약 85조 7,630억 원)를 초과했다. 이는 수개월 만에 처음 벌어진 이례적인 현상으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이더리움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온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가 포착한 것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의 우위를 인정하면서도 이더리움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정서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트코인이 여전히 시가총액과 거래 지배력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이더리움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더리움 선물거래 급증의 배경에는 여러 복합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먼저,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채굴기업 비트디지털(Bit Digital)이 보유하고 있던 1억 7,300만 달러(약 24조 497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자산을 전량 이더리움으로 전환한 결정이 대표적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 고래 투자자들이 단 이틀 만에 20만 ETH를 신규 매수하며, 이더리움 전체 유통량의 22%를 점유하게 된 것도 장기적인 투자 신뢰의 신호로 해석된다.

또 하나의 촉매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스테이킹 기능이 포함된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관련 상품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경우, 이더리움 가격은 네트워크 기술적 진보보다 더 빠르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게 K33 리서치의 평가다.

가격 측면에서도 이더리움은 중요한 전환점에 접근 중이다. 최근 한때 2,810달러(약 391만 원)까지 상승하며 2월 이후 지지받지 못했던 저항선을 위협했다. 전문 트레이더 Daan Crypto Trades는 ETH가 2,800달러를 상회하면 숏포지션 청산 연쇄 반응으로 인해 상승세에 ‘모멘텀’을 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이 3,000달러(약 417만 원)를 재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비트코인은 여전히 시장의 기준 자산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사상 최고가였던 11만 3,000달러(약 1억 5,707만 원)를 경신했음에도 ETF 기반 및 기관 상품 채택률은 건재하다. 글래스노드는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선물 시장의 매커니즘에 주목했다. 지난 6월에는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줄어드는 '쇼트 스퀴즈'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신규 롱 포지션이 유입되며 가격과 미결제약정이 함께 증가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인 센티먼트의 변화이자, 투자자들이 두 핵심 암호자산 사이의 균형점을 새롭게 재조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완전히 넘어서는 구조 전환이 아니라, 일시적 전환점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함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