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은행 사칭한 '가짜 암호화폐' VCT 프로젝트, 피싱 사기 드러나

| 김민준 기자

바티칸 은행으로 잘 알려진 종교사업기관(IOR)이 자신들과 무관한 가짜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대해 강력히 선을 그었다. ‘바티칸 체임버 토큰(VCT)’이라는 이름으로 홍보된 이 가짜 토큰은 온라인 피싱 사이트를 통해 바티칸의 공식 프로젝트처럼 위장해 투자자들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웹사이트는 ‘바티칸 상공회의소(Vatican Chamber of Trade)’라는 허구의 기관 명칭을 내세우며, “세계에서 가장 배타적인 경제기관 중 하나에 공식 초대한다”는 내용으로 사람들을 현혹했다. 사이트에는 실제 바티칸 은행의 전화번호까지 기재돼 있어 더욱 신빙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티칸 은행 측은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프로젝트는 사기이며, 우리와 전혀 관련 없다”고 잘라 말했다.

코인텔레그래프가 확인한 결과, ‘바티칸 상공회의소’라는 기관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이번 피싱 사기를 정교하게 꾸미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 조직이 위키피디아 바티칸 은행 페이지에 자신들의 링크를 삽입한 정황도 발견됐다. 이 링크는 1950년에 바티칸 체임버가 설립됐다는 문구와 함께 추가됐지만, 출처가 없는 정보로 표시되며 ‘문서 훼손’으로 간주되고 있다. 위키피디아 편집 기록에 따르면 해당 내용은 6월 11일 두 번째 수정본에서 삽입됐다.

이 웹사이트는 또한 VCT 토큰 구매자들에게 전용 자산 토큰화 투자 기회, 이벤트 초대, 투자자 연결 등 혜택을 약속하며 상당한 보상을 미끼로 내세웠다. 허술한 텍스트 대신 정확한 금융 용어와 제도적 신뢰를 악용한 수법이 돋보이며, 상당한 자금 유입을 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가짜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종교기관의 권위까지 도용해 교묘히 접근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스캠 경각심이 한층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신규 토큰 투자에 앞서 반드시 기관 및 프로젝트의 실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