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립토 위크' 돌입…스테이블코인·감독체계 입법 분수령

| 손정환 기자

미국이 오는 7월 14일부터 시작되는 '크립토 위크(Crypto Week)'를 기점으로 전 세계 디지털 자산 규제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주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암호화폐 규제 명확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개인정보 보호 등 세 가지 중대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된다. 미국 내 디지털 자산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고비가 될 전망이다.

미국 암호자산위원회(Crypto Council for Innovation)의 디지털자산 담당 디렉터 보 하인즈(Bo Hines)는 이번 크립토 위크가 “미국을 세계적인 암호화폐 중심지로 도약시킬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인즈는 "양당의 협력을 바탕으로 명확한 법규가 마련되면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필요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주는 미국 하원에서 열리는 크립토 위크다. 이제 미국이 세계 크립토 수도로 자리잡을 시간”이라고 선언해 업계 관심을 모았다.

이번 주 중 가장 주목받는 법안은 GENIUS 법안이다.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한 이 법안은 상원을 이미 통과했고, 현재 대통령 서명을 앞두고 있다. 실제로 GENIUS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 명확화 ▲소비자 보호 ▲책임 있는 혁신 촉진을 포함하고 있어, 미국이 최초로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금융 시스템에 통합하려는 강한 정책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주요 법안인 CLARITY 법안은 암호화폐 감독 권한을 놓고 수년간 지속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권 다툼을 종결지을 수 있는 입법이다. 이 법안은 각 기관이 어떤 디지털 자산을 관할하는지 명확히 하고, 제도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기관투자자의 진입 촉진도 기대된다.

여기에 CBDC 반대법안인 '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도 이번 회기 중 논의된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 차원의 CBDC 출범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데이터 감시 확대를 우려하는 프라이버시 옹호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중앙통제형 디지털화폐 도입에 대한 우려가 상당한 만큼, 해당 법안은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시하는 입법의 일환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암호화폐 진흥 입법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서는 강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하원의원과 스티븐 린치(Stephen Lynch) 의원은 ‘반(反)크립토 부패 주간(Anti-Crypto Corruption Week)’을 이어가며, 공화당 측이 주도하는 GENIUS·CLARITY·Anti-CBDC 법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들이 트럼프 대통령 및 관련 이해관계자가 추진 중인 암호화폐 프로젝트와 얽혀있다며, 윤리적 검증과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이미지에 기반한 TRUMP 밈코인 프로젝트와 민간 디지털달러 발행을 추진 중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과의 협력이 회자되며, 암호화폐와 정치 연결 고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크립토 위크를 통해 미국이 암호화폐 혁신과 감독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를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감독 체계를 정립하며, CBDC 도입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제시한다면, 이는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금융 프라이버시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주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