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 나카모토, BTC 급등에 세계 11위 자산가 등극…자산 257조 원 돌파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 가격이 13일(현지시간) 12만 2,000달러(약 1억 6,958만 원)를 돌파하면서,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가 세계 11번째 부호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달성했다. 그가 초기 시절 채굴한 것으로 알려진 약 109만 6,000 BTC는 현재 시가 기준 약 1,852억 4,000만 달러(약 257조 원)에 달한다. 단 한 번도 움직인 적 없던 이 암호화 자산이, 이제는 전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마이클 델과 빌 게이츠를 제친 셈이다.

하지만 포브스(Forbes)는 여전히 나카모토를 공식 랭킹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는 암호화폐 보유량이 공개적인 법인이나 신원이 확인된 인물의 소유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츄나스(Eric Balchunas)는 현 트렌드대로 비트코인이 연간 50% 수준의 성장률을 지속한다면, 나카모토의 순자산은 2026년까지 워런 버핏과 마크 저커버그를 추월하고, 일론 머스크(Elon Musk)에 이어 세계 2위 자산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 머스크의 자산은 약 3420억 달러(약 474조 원)로 추산되며, 나카모토가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37만 4,000달러(약 5억 1,986만 원)까지 상승해야 한다. 이는 현재가 기준으로 200% 이상의 상승을 요구하는 것으로, 현실적으로는 다소 무리한 시나리오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비트코인의 상승 여력이 여전히 강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나카모토의 고요한 행보 역시 늘 관심의 대상이다. 그의 지갑들은 2011년 그가 모습을 감춘 이후 단 한 번도 활성화된 적이 없다. 이 엄청난 규모의 자산이 단 한 번도 거래되지 않은 점이 오히려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 신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릭 발츄나스는 나카모토의 이러한 태도를 인덱스 펀드의 전설인 잭 보글(Jack Bogle)에 비유하며, 진정한 혁신가는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고도 금융 생태계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최근에는 누군가 나카모토의 제네시스 블록 지갑으로 2만 달러(약 2,78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전송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지난 4개월간 최대 규모의 송금 사례로, 일부에서는 잊혀진 출금 혹은 장기 투자자의 ‘헌정 송금’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과거에도 이 주소로 수차례 BTC가 전달된 적 있지만, 한 번도 회신되거나 반응이 없어 나카모토가 이를 인식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한편 나카모토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트위터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Jack Dorsey)가 나카모토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신빙성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는 상태다. 해럴드 피니(Hal Finney), 닉 자보(Nick Szabo) 등 다양한 인물이 후보로 언급돼 왔지만, 현재까지 가장 유력하다고 단정 지을 만한 인물은 없다. 특히 자신을 나카모토라고 주장했던 크레이그 라이트는 법원으로부터 사기 행각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인 금융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지금, 나카모토의 침묵은 오히려 그를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고 있다. 공개 여부와는 상관없이,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할수록 그의 지갑도 덩달아 상승 중이다. 그것이 바로 비트코인이 만들어낸 새로운 부의 패러다임이며, 나카모토의 유산은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