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이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비공개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며 기업공개(IPO)를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15일(현지시간) 그레이스케일은 SEC에 IPO 예비등록서를 비공개 방식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현재 35개 이상의 암호화폐 투자 상품을 운용 중이며, 이 중 대표 상품은 현물 비트코인 ETF이다. 이 ETF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그 가격에 노출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재 그레이스케일의 운용 자산 규모는 약 330억 달러(약 47조 5천억 원)에 달한다.
그레이스케일의 상장 계획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Circle Internet Group)의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후 나온 결정이다. 서클의 주가는 상장가 31달러에서 출발해 현재 6배 이상 급등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그레이스케일을 비롯해 제미나이(GEMINI), 불리쉬(Bullish) 등 다른 주요 암호화폐 기업들도 잇따라 증시 입성을 모색하고 있다. 불리쉬는 피터 틸(Peter Thiel)이 후원하는 거래소이고, 제미나이는 윙클보스 형제가 설립한 플랫폼이다.
IPO 시장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는 또 다른 촉매는 비트코인 가격의 급등이다. 비트코인은 이날 한때 12만 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는 전통 기업들과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대량 매입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의회에서는 3건의 암호화폐 친화 법안이 이번 주 논의될 예정이라 당분간 시장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할 전망이다.
플로리다대학교의 제이 리터(Jay Ritter) 재무학 교수는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상장 추진 기업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레이스케일의 IPO는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들이 요구해왔던 투명성과 규제 준수를 전제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새로운 전기가 열릴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