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혐오하던 뱅가드, 전략 보유 덕에 랠리로 12조 원 수익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을 공개적으로 폄하해온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Vanguard)가 정작 최근 비트코인(BTC) 랠리에서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적으로 암호화폐를 외면하고 있음에도, 우회적 노출 덕에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이 집중된다.

뱅가드는 비트코인을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미성숙 자산"이라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바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는 비트코인 ETF 출시를 단호히 거절하며, 경쟁사 블랙록($BLK)의 성공적인 ETF 진입과도 거리를 두고 있어 그 입장이 더욱 강조돼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트코인 상승장의 수혜를 입고 있다.

주된 이유는 뱅가드가 전략(Strategy, 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최대 주주라는 점이다. 이 회사는 약 2,000만 주의 전략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략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상장사로도 알려져 있다. 사실상 전략 자체가 BTC에 대한 직접 대리 투자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전략의 주가는 최근 한달 새 약 17% 오르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격차에 대해 반에크(VanEck)의 디지털 자산 책임자 매튜 시겔(Matthew Sigel)은 "공식적으로는 비트코인을 조롱하면서, 90억 달러(약 12조 5,100억 원) 규모의 BTC 기업에 간접 투자하고 있는 건 전략이 아니라 제도권 치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뱅가드의 이번 노출이 반드시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 때문 만은 아니다. 전략은 러셀1000 및 기타 대형주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포함돼 있으며, 뱅가드는 이 지수를 기반으로 한 패시브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략의 비트코인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뱅가드는 자동적으로 지분을 확보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아이러니하게도, 뱅가드의 브로커리지 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은 현존하는 현물 비트코인 ETF 매수조차 불가능하다. 시장 수익을 타인보다 먼저 수취하면서도 실제 사용자는 차단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비트코인을 외면한다고 선언한 조직이 오히려 최대 수혜자가 된 현실은, 암호화폐 자산이 이미 주요 금융 인프라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리고 이 같은 '노출의 역설'은 제도권 투자자와 일반 대중 간의 자산 격차와 정책적 불일치 문제를 다시금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