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비트코인 고점에 2,400억 원 매도…총 보유량 1조 7,700억 원 '국가 자산 전략 본격화'

| 손정환 기자

부탄 왕국이 비트코인(BTC) 시장 급등에 맞춰 보유 자산 일부를 처분하면서 재정 전략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에 이 나라는 총 1억 7,300만 달러(약 2,404억 원) 상당의 BTC를 바이낸스(Binance)로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체인 분석 업체 아캄 인텔리전스(Arkham Intelligence)에 따르면, 이번 이동은 드럭 홀딩스 인베스트먼트(Druk Holdings & Investments, DHI)를 통해 이뤄졌으며, 약 4일간에 걸쳐 다수의 거래가 진행됐다. 지난 목요일에는 약 3만 7,800달러(약 5,254만 원)어치의 BTC가 바이낸스로 옮겨졌고, 이어 금일에는 대규모로 1억 1,390만 달러(약 1,581억 원)가 추가 이체됐다.

이 모든 거래에도 불구하고 부탄 정부는 여전히 1만 1,000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현재 시세 기준 약 12억 8,000만 달러(약 1조 7,792억 원) 규모다. 이는 세계 국가 중 비트코인 보유량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와 엘살바도르 사이인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부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에도 BTC가 7만 달러에 근접했던 시점에서 약 6,000만 달러(약 834억 원) 상당의 코인을 이체한 바 있다. 이처럼 시장 고점에 일부 물량을 유동화하는 전략은 일종의 자산 재조정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부탄이 발빠르게 디지털 자산 분야에 진입한 국가라는 점이다. 이 나라는 이미 2017년 이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가격이 5,000달러(약 695만 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둔 셈이다. 채굴에는 부탄의 풍부한 수력 에너지가 이용됐다.

또한, 부탄은 BTC 외에도 약 200만 달러(약 28억 원)어치의 이더리움(ETH)도 보유 중이며, 추가 디지털 자산을 재무 포트폴리오에 포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겔레푸 마인드풀니스 시티(Gelephu Mindfulness City, GMC)’라는 특별자치구를 설립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BNB)을 전략 비축 자산으로 지정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GMC의 설립 배경에는 “불교 정신 유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경제 허브 구축”이라는 국왕의 연설이 있었다. 이는 부탄의 독자적인 국가 정체성을 살리는 동시에 글로벌 자본 유입을 목표로 하는 청정 기술 혁신지로 개발될 전망이다.

이번 움직임은 부탄이 가상자산을 국가 경쟁력 강화 도구로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분석된다. 고점 매도 전략과 장기적 자산 축적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운영하며,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는 목적이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