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각국의 통화주권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이 같은 암호화폐의 급속한 확산 속도를 우려하며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B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외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특히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자국 통화 대신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게 되면, 해당 국가의 중앙은행이 금리나 환율을 조절하는 기존 방식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물가가 오르거나 환율 변동성이 커질수록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거래가 늘어나는 경향도 짚었다.
보고서는 "미국 외 지역의 사용자들도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손쉽게 달러에 접근하게 되면 통화정책 효과가 약해진다"며, 이는 자본 통제나 외환 규제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방지(AML)나 테러자금 차단(CFT) 규제에서 자유롭고, 고객 신원 확인(KYC)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런 구조적 약점 탓에 수십억 건의 익명 거래를 감독 기관이 실시간으로 추적하거나 대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우려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이 미국 단기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이들이 시장 금리 결정에까지 영향을 주는 상황도 지적됐다. 이런 흐름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BIS는 끝으로 "스테이블코인은 국경을 넘나드는 데 비해, 현재의 규제 체계는 국가별 법 영역에 갇혀 있다"고 밝히며, 동일한 위험에는 동일한 규제를 적용한다는 원칙이 이 경우엔 잘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국, BIS는 기존 금융 규제보다 한층 강화된 새로운 국제적 규제 틀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