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들, 291억 원치 비트코인을 바이낸스로 이동…시장 반전 신호?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 시장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낙관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일부 온체인 데이터는 반전의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주요 고래 투자자들이 대거 보유 물량을 바이낸스에 이체하고 있어, 조정 또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크립토컨트(CryptoQuant)의 한 익명 애널리스트 ‘Crazzyblock’은 최근 비트코인의 급등 이후 바이낸스 고래 활동 점수가 급격히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우연이 아닌, 명확한 ‘의도된 움직임’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단 하루 만에 약 1,800BTC(약 291억 원 상당)가 바이낸스로 이동했으며, 이 중 100만 달러(약 13억 9,000만 원) 이상 규모의 트랜잭션이 전체 입금의 35%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기관 투자자 또는 초대형 보유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전에 구입된 물량을 의미하는 ‘고령 코인’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단기 매매 목적이 아닌 전략적 판단 하에 보유되어 온 자산이 다시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현재와 같이 가격이 고점 영역에 머물러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발생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바이낸스는 현재 글로벌 비트코인 현물 거래량의 25%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최대 거래소다. 이처럼 고래들이 거래소에 대규모 자산을 옮기는 것은 차익 실현 또는 고수익 파생상품 전략 수립 등, 전략적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 Crazzyblock은 “이렇게 큰 규모의 매도 유동성이 한 플랫폼에 집중될 경우, 시장 전체적으로 급격한 가격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며 “스마트 머니가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심상치 않다”고 경고했다.

한편, 현재 시장 분위기는 언뜻 보면 뜨거워 보인다. 최근 비트코인이 12만 3,000달러(약 1억 7,097만 원)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말까지 20만 달러(약 2억 7,800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실제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지표들은 여전히 신중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크립토컨트의 탐욕 지수는 중립 수준이며, 보유 기간을 기반으로 투자자 심리를 분석하는 rHODL 비율도 32%에 불과하다. 이는 소매 투자자들의 대대적인 진입이 아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진정한 ‘시장 광기’ 상태와는 거리가 있다.

코인게코(CoinGecko)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현재 11만 7,496달러(약 1억 6,331만 원) 선에서 거래 중이며, 이는 지난 하루 동안 약 4% 하락한 수치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9% 상승했고, 한 달간 누적 수익률은 11.3%에 달해 전통 금융시장보다는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전체 암호화폐 시장 평균이 9.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 우위는 크지 않다.

시장 내 낙관론과 함께 감지되고 있는 고래들의 움직임은 상승세가 단기에 멈출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러한 배경 흐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과도한 기대보다는 전략적 리스크 관리에 신경 써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