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9일간 10조 원 유입…기관 매수세 정점 찍었다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관들의 유입이 최근 기록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분석 플랫폼 샌티먼트(Santiment)에 따르면, 지난 7월 9일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77억 8,000만 달러(약 10조 8,282억 원)에 달하는 순자금이 유입됐다. 하루 평균 3억 5,380만 달러(약 4,917억 원) 규모로 매수세가 몰리며, 기관 자금이 비트코인의 상승세를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

지난주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12만 3,000달러(약 1억 7,097만 원)를 돌파한 이후 매도 조정이 있었음에도, ETF 시장의 자금 유입은 전혀 꺾이지 않았다. 대표 온체인 분석 업체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 하루에만 현물 ETF가 7,500 BTC 이상을 순매수한 데 이어, 화요일에도 3,400 BTC를 추가로 흡수하며 하루 순유입액이 약 4억 200만 달러(약 5,578억 원)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은 기관들이 매수세를 9일 연속 지속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시장에 대한 뚜렷한 신뢰를 반영한다. ETF별로 살펴보면 블랙록의 iShares Bitcoin Trust(IBIT)가 4억 1,635만 달러(약 5,791억 원)로 가장 많은 순유입을 기록했고, 반에크의 HODL ETF가 1,900만 달러(약 264억 원), 그레이스케일의 미니 비트코인 트러스트는 1,856만 달러(약 258억 원), 비트와이즈의 BITB는 1,270만 달러(약 177억 원)를 각각 흡수했다.

비트코인 ETF로의 이 같은 기관 자금 유입 추세는 고래들의 온체인 매집과 궤를 같이하는 흐름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장기 상승 궤도에 진입했음을 가리키는 강력한 증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리서치 기관 코베이시레터(Kobeissi Letter)는 비트코인의 향후 가격 전망에 대해 한층 낙관적인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미국 내 기관들이 보유 중인 운용자산(AUM)은 총 31조 달러(약 4경 3,090조 원)에 달하며, 이 중 단 1%만 비트코인에 투자되더라도 3,000억 달러(약 417조 원)가 유입돼 BTC 가격을 약 13만 3,000달러(약 1억 8,343만 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전 세계적 기관 유입을 가정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현 수준보다 70% 상승한 20만 달러(약 2억 7,800만 원)에 도달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는 개인 투자자의 유입 없이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기관 중심의 구조적 수요 확대가 어떤 파급력을 지닐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편, 비트코인 ETF 시장의 성장세는 단기간의 유행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기관 투자가들의 채택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비트코인을 기업의 재무자산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비트코인이 탄탄한 기관 수요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