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암호화폐를 이용해 제재를 회피하고 친러시아 선전 활동을 지원한 인물과 단체에 대해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 자산을 악용한 정보전의 실체를 정조준하며, 러시아의 선거 개입 시도와 허위 정보 유포 행위에 대응하는 유럽의 강경한 입장을 반영한다.
EU 외교안보정책에 따라 발표된 이번 제재는 총 9명의 개인과 6개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 중에는 러시아 정부와 연계된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시미언 보이코프(Simeon Boikov)도 포함됐다. 호주에서는 '오지코삭(AussieCossack)'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그는 친러시아 성향의 허위 정보를 지속적으로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보이코프는 지난 2024년 미 대선을 앞두고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허위 투표 조작 영상 유포 사건과도 관련돼 있다. 해당 영상은 투표 부정이 일어났다는 거짓 주장을 퍼뜨리는 데 활용됐으며, 미국 내 러시아 정보전 개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TRM 랩스(TRM Labs)가 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이코프는 다수의 후원 채널을 통해 자금을 모았으며, 현금과 암호화폐를 함께 수용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받아왔다. 그는 특히 고객확인(KYC) 절차가 없는 고위험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했고, 일부 자금은 현금-암호화폐 전환 서비스와 다크웹 마켓을 통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EU의 조치는 디지털 자산이 지정학적 분쟁 및 정보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 쉬운 구조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는 만큼, 국제 사회가 암호화폐의 익명성과 탈규제 특성에 대응할 규제 공조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