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암호화폐 법안 심의 착수…'CBDC 금지' 조건으로 표결 통과

| 김민준 기자

미국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한동안 표결 절차에 묶여 있던 암호화폐 관련 법안 3건의 심의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공화당 강경파들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금지 조항을 요구하며 표결에 협조하지 않았던 탓에, 논의 개시 투표는 하원 역사상 최장 시간인 9시간 이상 지연됐다. 결국 표결은 수요일 밤 늦게 217 대 212로 통과됐다.

이번 대치의 핵심은 일부 공화당 내 강경파들이 CBDC 발행을 사전 차단할 법 개정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촉발됐다. 이들은 CBDC가 정부의 과도한 감시와 금융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스티브 스컬리스(Steve Scalise)는 기자들에게, 강경파의 요구를 반영해 CBDC 금지를 내용으로 한 조항을 향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는 국방수권법(NDAA)에 삽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DAA는 매년 처리되는 필수 법안으로, 만약 이 안에 CBDC 금지 조항이 포함될 경우 실질적인 입법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정치권에서 CBDC에 대한 의견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공화당은 프라이버시와 금융 자유 침해 가능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는 반면, 바이든 정부 측은 CBDC 도입 가능성을 계속해서 연구 중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발언을 통해 CBDC 발행을 차단하겠다고 명확히 밝히기도 했다.

이번 하원의 법안 표결은 공화당 내 복잡한 역학 관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암호화폐 분야의 규제와 법체계 마련이 점점 더 정치적 이슈로 번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