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CLARITY 법안에 워런 '경제 붕괴' 경고…미국 암호화폐 규제 논란 심화

| 손정환 기자

미국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지지한 암호화폐 법안에 대해 미국 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하원이 최근 통과시킨 이른바 ‘CLARITY 법안’과 관련한 발언으로, 암호화폐 규제 방향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법안은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피하고, 블록체인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만든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워런 의원은 “메타($META)나 테슬라($TSLA) 같은 상장사가 단순히 주식을 블록체인으로 옮기기만 해도 SEC 규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며 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녀는 대형 기업들이 적절한 검증 없이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투자자 보호는 물론 전체 시장의 안정성마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암호화폐 산업계의 로비가 관련 입법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 또한 비판했다.

이번 법안은 CLARITY 외에도 GENIUS 법안, 그리고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감시 강화를 골자로 한 ‘Anti-CBDC’ 법안까지 포함돼 있다. 이들 세 건은 모두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향하게 됐다. 특히 총 10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통과된 CLARITY 법안은 하원 역사상 가장 긴 투표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는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 규제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분열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소속 맥신 워터스(Maxine Waters) 의원과 앤지 크레이그(Angie Craig) 의원은 해당 법안이 SEC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개인 투자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투자자 보호 단체인 ‘미국의 금융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또한 “범죄와 사기 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암호화폐 업계는 이번 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리플(XRP) 최고경영자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는 “미국 내 5,500만 명 이상이 암호화폐를 사용 중인데, 규제 명확성이 너무 오래 지연돼 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법안에 대한 지지를 반복하며 암호화폐 정책 주도권을 공식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암호화폐 보유 자산이 4억 4,180만 달러(약 6,160억 원)를 돌파했다는 보도까지 나오며, 정치적 이해관계와 산업 확대 사이의 균형 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이는 법안 심의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향후 이들 법안이 상원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미지수지만, 미국 암호화폐 규제 정책은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확실한 안전장치 없는 규제 완화는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