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 통과…트럼프 대통령 서명만 남아

| 손정환 기자

미국 하원이 사상 처음으로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미국 암호화폐 산업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미국 스테이블코인 국가혁신법(GENIUS Act)’으로 명명된 이 법안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법제화될 전망이다.

법안이 발효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은 전면 금지된다. 모든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국채 같은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1:1 완전히 담보되어야 하며, 매달 준비금 현황을 공개하고 공인 회계법인의 정기 감사까지 받아야 한다. 여기에 자금세탁방지(AML) 및 소비자 보호 규정까지 적용돼 시장 투명성과 신뢰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비전과 맞물려 이번 법안은 암호화폐 산업을 미국 금융시장의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연방 규제기관(OCC, FDIC 등)이 라이선스를 발급하거나, 100억 달러(약 13조 9,000억 원) 미만의 소규모 발행 체계에선 주정부 차원의 감독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점도 산업적 유연성을 반영한 부분이다. 특히,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내에서 유통되기 위해서는 해당국가가 미국과 유사한 규제 수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조항도 주목된다.

관심을 끄는 조항 중 하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이자 지급 금지다. 이러한 금지 조치는 테라(LUNA) 사태로 대표되는 고이율 기반 수익 모델이 불러올 수 있는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모든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명백히 불법화되어, 테라 같은 최악의 붕괴 사례가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됐다.

다만, 모든 법안이 그렇듯 논란도 피해가진 못했다. 하원에서는 308대 122로 비교적 큰 표차로 통과됐지만, 일부 의원은 개인정보와 국가 금융주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스티븐 린치 의원은 이번 법안이 “빅테크에게 자체 디지털화폐 발행의 권한을 열어주었으며, 결과적으로 달러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놨다.

반면, 낙관론자들은 GENIUS 법안을 디지털 금융 혁신의 기폭제로 평가했다. 더스티 존슨 하원의원은 “이번 법안은 미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디지털 자산을 확고히 자리매김시켜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친(親)암호화폐 정책의 핵심 성과로 보았다.

법안이 예정대로 이행될 경우, 향후 18개월 내 또는 세부 규정이 공식화되는 시점으로부터 120일 후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산업은 살아남기 위한 재편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전망이다.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가 만나는 접점에서 탄생한 이번 규제안이 어떤 실효성을 가질지는, 결국 향후 실행과 감독의 정밀도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