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6조 원 규모 비트코인 매각 검토…재정 적자 해소냐 기회비용 손실이냐

| 손정환 기자

영국 정부가 예산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대적인 비트코인(BTC) 매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Rachel Reeves)는 압수한 비트코인 약 50억 달러(약 6조 9,500억 원) 규모의 매각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국가 차원에서 세계 3위 규모의 비트코인 보유국으로, 확보한 수량은 약 6만 1,000개에 달한다.

이번 움직임은 국가 예산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 규모의 재정 적자를 완화하려는 방편으로 풀이된다. 리브스 장관은 지금까지 집중된 압수 자산 보관 체계를 개편하고, 암호화폐 청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새로운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가 보유한 비트코인의 상당 부분은 런던에서 식당 직원으로 일하던 지안 웬(Jian Wen)의 자택 수색 중 발견됐다. 그는 거대한 중국계 폰지 사기 사건의 자금 세탁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영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비트코인 압수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정부의 대규모 매각 계획은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독일 작센 주는 약 29억 달러(약 4조 32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도했지만, 이후 급등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판매 시점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았으며, 최근 비트코인이 12만 2,838달러(약 1억 7,064만 원)로 사상 최고가를 돌파했음을 감안하면 독일의 결정은 상당한 기회를 놓친 셈이다.

이 같은 사례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영국 정부가 지금 비트코인을 매각할 경우, 장기적으로 경제적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당시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재무장관이 금 시세가 바닥일 때 보유 금의 절반을 처분해 비난을 받았던 사례와 비교되기도 한다.

암호화폐 투자 기업 비트와이즈(Bitwise)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비트코인이 연내 20만 달러(약 2억 7,800만 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초강세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전망을 감안할 때, 영국 정부의 성급한 매도는 결과적으로 막대한 기회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