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 캐시 재판, 핵심 증언 신뢰성 논란에 '재판 무효' 요구 급부상

| 김민준 기자

로만 스톰(Roman Storm)의 현금세탁 혐의 재판이 예상치 못한 증인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미국 정부 측 증인으로 출석한 한펑 린(Hanfeng Lin)의 증언이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와의 연관성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변호인단은 재판 무효(미스트라이얼)를 요구할 가능성을 시사하며 재판부에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스톰의 변호인은 정부 측이 제시한 린의 증언이 토네이도 캐시와는 전혀 무관한 내용이라며, 이에 따라 재판 자체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만약 재판부가 미스트라이얼을 인정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은 재판상 오류로 무효가 되며 전면 기각되거나 새로운 배심원단과 함께 다시 진행될 수 있다.

스톰은 2023년 미국 정부에 의해 기소됐으며 최대 45년형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혐의는 토네이도 캐시 공저자로서 불법 송금 서비스 운영, 제재 회피 공모, 무면허 송금업 운영 등 자금세탁 관련 범죄 전반에 걸쳐 있다. 그는 현재 러시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공동창업자 로만 세메노프(Roman Semenov)와 함께 기소됐다.

문제가 된 건 린이 증언한 내용이다. 그녀는 2022년 암호화폐 로맨스 스캠의 피해 사례로 법정에 나섰으며, 당시 가해자에 의해 비트코인(BTC)을 한 거래소에서 구입한 뒤 가짜 투자 플랫폼으로 자금을 이체했고, 점점 더 많은 금액을 입금하도록 유도받았다고 말했다. 린은 이 과정에서 총 19만 달러(약 2억 6,410만 원)을 잃었으며, 이후 해당 피해금 일부가 토네이도 캐시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톰의 변호인 데이비드 패튼(David Patton)은 린의 자금 흐름에서 토네이도 캐시 관련 기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말 동안 조사한 바에 따르면 린의 자금 중 토네이도 캐시로 유입된 흔적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이 증언이 재판 진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FBI 소속 암호화폐 분석 전문가 조셉 디카푸아(Joseph DeCapua) 역시 스톰 변호인의 반대 심문에서 린의 거래에 대한 분석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디카푸아는 앞서 토네이도 캐시로 자금이 흘러들어간 해킹 사건들의 흐름을 설명했으나, 린의 피싱 피해 사례와는 별개였던 셈이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 국세청(IRS) 소속의 또 다른 분석관 스테펀 조지(Stephan George)를 추가 증인으로 세워 이 자금이 토네이도 캐시를 거쳤다는 점을 입증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온체인 분석 업계에서도 린의 증언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메타마스크(MetaMask)의 보안 연구원 테일러 모나한(Taylor Monahan)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린의 자산 흐름을 추적한 결과, 해당 자금은 토네이도 캐시와 전혀 연결되지 않은 경로를 통해 이체됐다고 밝혔다. 이는 스톰 측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해석이다.

이번 재판은 암호화폐 믹서 서비스의 법적 지위와 관련된 선례를 만들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재판이 무효 판정을 받을 경우, 정부 측의 사례 입증 방식에 대한 신뢰도 또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향후의 유사 재판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