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비트코인·이더리움 담보 대출 검토…'반(反) 암호화폐' 태도 뒤집나

| 손정환 기자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JPM)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담보로 현금을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암호화폐에 비판적이었던 이 은행의 오랜 입장에서 큰 전환을 시사하는 행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JP모건은 기존처럼 암호화폐 연계 상품(예: ETF)이 아닌 실물 암호화폐 자체를 담보로 인정하는 방향을 내부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현재 검토 단계에 있는 해당 서비스는 아직 초기 도입 전이나, 도입 시 암호화폐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이 실행에 옮겨질 경우, JP모건은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기타 대형 경쟁 금융사에 비해 일보 앞서가는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주요 미국 은행 중 어떤 곳도 해당 형태의 대출을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은 엄격한 규제를 우려해 암호화폐 직접 보유를 회피해 왔다.

JP모건은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제3의 외부 수탁기관과 협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조치는 고객 자산의 안전성과 규제 준수를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움직임은 오랜 시간 암호화폐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온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 CEO가 이끄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25년 5월에도 "미국은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하는 등 암호화폐에 부정적 시각을 지속적으로 드러내 왔다.

금융권에서의 이런 변화는 전통금융과 디지털자산 간 경계가 흐려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단순한 투자대상에서 벗어나, 암호화폐가 점차 신용 금융의 기반 자산으로까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JP모건의 행보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JP모건 내부 결정이 실제로 확정될 경우, 암호화폐를 둘러싼 제도화 논의와 함께 보다 폭넓은 금융 활용 사례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암호화폐 산업 전반으로도 제도권 진입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