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한 번 깊은 조정을 맞고 있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XRP를 비롯한 주요 자산들이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모습이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특히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비트코인은 11만 8,514달러(약 1억 6,482만 원) 선에서 거래되며 하루 전보다 0.11% 상승했으나, 주간 상승률은 0.35%에 머물고 있다. 이더리움은 3,644달러(약 507만 원)로 2.23% 하락했다. XRP는 무려 8.53% 급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으며, 솔라나(SOL)도 5% 넘게 빠지며 현재 190.03달러(약 26만 4,000원) 수준이다. 도지코인(DOGE), 에이다(ADA), 스텔라(XLM) 등 주요 알트코인도 7% 이상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의 배경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급격한 청산이 자리잡고 있다. 하루 만에 선물 및 옵션 시장의 미결제약정 약 634억 달러(약 88조 2,260억 원) 규모가 정리되었으며, 이는 전체 파생상품 시장의 약 11% 감소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레버리지 포지션이 무더기로 강제 청산되며 매도 압력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비트코인의 시장 점유율 급감이다. 지난 한 달간 비트코인은 시장 지배력을 5.4%포인트 잃었다. 비록 현재는 60.88%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로 인해 일시적으로 알트코인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도 제한된 상황이다.
시장 전체 시가총액도 영향을 받아 현재 약 3조 8,800억 달러(약 5,387조 2,000억 원)로 집계되며, 전일 대비 1.4% 감소했다. 알트코인 시장의 온기를 측정하는 지표인 ‘알트코인 시즌 지수’는 현재 43/100에 불과, 본격적인 알트코인 불장이 시작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지난 몇 주 동안의 강한 상승 흐름 이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건강한 조정’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자라면 이러한 하락을 오히려 진입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시장 분위기가 다시 반등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외부 변수의 완화와 함께, 거래소 내에서의 유의미한 반등 신호들이 확인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동 정세와 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