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이번 상승장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지, 아니면 과거와는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는지를 두고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약 4년 주기로 움직여온 비트코인 시장이 ETF 등장과 기관 자금 유입이라는 구조 변화에 따라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2년 10월 저점 이후 약 975일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은 올해 7월 10일 사상 최고가인 12만 3,000달러(약 1억 7,097만 원)를 돌파했다. 과거 사례에 따르면 대세 상승장은 평균 1,070일간 지속됐기 때문에, 이번 주기도 오는 10월 20일 즈음 정점을 찍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시나리오는 트위터(현 X) 내 비트코인 아카이브 계정과 같은 분석 계정들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한편, 비트와이즈(Bitwise) 최고투자책임자(CIO) 맷 호건(Matt Hougan)은 기존 4년 주기에 큰 영향을 미쳤던 반감기나 금리 등 전통 요인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ETF 승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규제가 명확해짐에 따라 연기금, 국부펀드, 대형 자산운용사 등 장기 기관 자금이 서서히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JP모건, 스탠다드차타드 등 월스트리트 강자들이 암호화폐 상품을 준비 중인 점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 평가다.
다만, 시장에 새롭게 부상한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최근 한 달 새 22개 상장기업이 비트코인을 자산에 편입하면서, 총 160개 기업이 기업 회계에 BT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측 불가능한 '트레저리 플레이'가 향후 시장에 새로운 가격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크립토퀀트 CEO 주기영도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이전까진 고래가 사고, 개미가 따라붙고, 고래가 매도하는 사이클이 반복됐지만, 이제는 기존 고래가 장기 보유 기관 투자자에게 자산을 넘기는 전환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주기의 붕괴를 선언한 그의 견해는 현재도 트위터상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이에 반해 피델리티(Fidelity) 자산운용의 율리언 티머(Jurrien Timmer)는 여전히 4년 주기의 유효성을 주장한다. 그는 “비트코인이 지난 폭락 이후 안정적으로 반등하며 전고점을 갱신했다”며 “사이클이 약화됐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파트(James Seyffart) 역시 구조적 요소들이 변했지만, 시장은 여전히 주기적으로 움직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비트코인 사이클의 정점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파이사이클탑(Pi Cycle Top)’ 지수도 주목 대상이다. 암호화폐 애널리스트 렉트 캐피털(Rekt Capital)은 이 지표의 골든 크로스 예상 시점이 올해 내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며, 비트코인이 2025년 말까지 25만 달러(약 3억 4,750만 원) 수준까지 상승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과거에도 비슷한 논쟁은 반복됐지만, 결국은 대세를 이룬 정점에서 시장이 방향을 급변시키며 해석의 주도권을 새롭게 바꿔왔다. 지금의 불장은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지, 아니면 새로운 흐름의 출발점인지는 올해 10월 이후 더 명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