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실험, IMF 반박에 ‘지갑 내 이체’ 논란 확산

| 손정환 기자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BTC) 전략이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마찰 속에 새로운 의문에 직면했다. 정부는 매일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하고 있다며 친(親)암호화폐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IMF는 실제로는 매입이 아닌 내부 지갑 간의 이동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던 엘살바도르의 장기적 정책 방향이 흔들리며, 국민 체감 혜택이 미미하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오피스는 8BTC를 추가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약 94만 8,000달러(약 13억 1,272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전체 보유량은 6,249BTC를 넘어섰다. 정부는 일일 구매 원칙을 고수하며 보유 자산이 총 7억 3,800만 달러(약 1조 254억 원)를 웃돈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는 실제 매입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해당 금액은 단지 내부 지갑 간 '이동'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비트코인을 일상에서 사용하는 현지 분위기는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만 감지된다. 엘살바도르 동부 산악도시 베를린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커피 거래 등에서 비트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IMF와 체결한 재정 안정 협정 이후, 정부 차원의 교육이나 보급은 사실상 중단됐다. 국제 NGO ‘마이 퍼스트 비트코인(My First Bitcoin)’의 퀜틴 에런만은 “이제 정책의 수혜자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정부 자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혼란은 국민 신뢰 약화를 불러왔다. 2024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의 80%가 비트코인 정책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안 됐다고 응답했다. 현장 전문가인 존 데니히는 “지갑 내 이동을 외형상 매입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왜곡”이라고 평가했으며, IMF도 정부 공식 지갑 시스템의 실시간 데이터가 불명확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IMF와의 긴장 관계 속에서도 비트코인 정책의 장기적 유효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성과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각에서는 일일 1BTC 전송이 지속되고 있다는 데이터도 있으나, 실제로 이는 구매가 아닌 이체일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보유 전략의 수익성마저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규 매수자에게는 더 이상 매력적인 접근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실험적 정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정치적 목적과 국민후생 간의 균형이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