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의 기술혁신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아콘 시티(Akon City)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이 프로젝트는 가수 아콘(Akon)이 추진한 암호화폐 기반 미래형 도시로, 세네갈 정부의 결정에 따라 대부분의 부지가 회수되면서 야심 찬 계획이 막을 내렸다.
아콘 시티는 지난 2018년, ‘현실 속 와칸다’라는 수식어와 함께 처음 공개됐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농촌 마을 음보디엔(Mbodiène)을 암호화폐 아코인(Akoin)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60억 달러(약 8조 3,400억 원) 규모의 첨단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구상에는 태양광 에너지 기반의 주거 단지, 대학, 병원, 호텔, 쇼핑몰, 선착장 등 현대식 인프라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지연에 지연을 거듭했고, 2024년 세네갈 관광 투자청(SAPCO)이 최후 통첩을 보낸 끝에 결국 공식 철회됐다. SAPCO 국장 세리뉴 마마두 음부프(Serigne Mamadou Mboup)는 “아콘 시티 프로젝트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로써 아콘이 2020년 획득한 136에이커 규모 부지 대부분은 정부 소유로 환원됐다. 다만, 그는 향후 작은 규모의 민간 개발을 위해 8헥타르 정도의 부지를 유지하게 된다.
이번 결정은 세네갈 경제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실시된 국가 재정 감사에서 70억 달러(약 9조 7,300억 원)의 숨겨진 부채가 발견되면서, IMF 자금 집행이 중단되고 국제 시장의 신용 접근에도 제약이 따랐다. 이에 따라 정부는 12억 달러(약 1조 6,700억 원) 규모의 축소 개발계획을 수립,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호텔과 주거시설, 호수와 연결되는 산책로 등을 갖춘 관광 단지를 조성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제로 아콘 시티의 진행 상황은 미미했다. 거의 7년간 눈에 띄는 성과는 청소년센터, 농구장, 환영센터뿐이었고, 초기 투자자들은 토큰 환불을 요구하며 불만을 드러냈다. 일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아코인을 기반으로 한 거대 청사진에 대한 회의감이 퍼졌다.
반면, 새 개발안은 1단계에서 약 1만 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과장된 암호화폐 도시보다 훨씬 현실적인 성과로 여겨지며,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콘은 과거 비트코인을 일찍 알았지만 보유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 바 있으며, 암호화폐를 통해 아프리카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과잉 홍보와 준비 부족이 결합된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암호화폐 산업과 아프리카 개발 사이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실현되기 위해선, 이상보다 실행 가능성을 중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