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빌딩도 조각 투자? MUFG, 부동산 토큰화 본격화

| 정민석

일본 최대 금융그룹 MUFG가 오사카 중심가 고층 상업 빌딩을 직접 매입하며 부동산 자산 토큰화에 본격 착수했다.

24일(현지시간) 닛케이에 따르면 MUFG는 자사 신탁은행 부문을 통해 오사카 시 중심가에 위치한 고층 빌딩을 약 1000억 엔(한화 약 9330억 원)에 매입하고 해당 자산을 디지털 증권 형태로 토큰화할 계획을 밝혔다.

MUFG는 해당 부동산을 개인 및 주요 기관 투자자들에게 분산 소유 형태로 제공할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범 사업이 아닌 MUFG의 디지털 자산 사업 본격 진출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관 투자자 대상 판매는 사모형 부동산투자신탁(REIT) 형태로 전환해 진행되며 주요 고객층은 생명보험사 등 대형 금융기관이 될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에게는 해당 자산을 토큰 단위로 분할해 판매함으로써 대규모 자본 없이도 상업용 부동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日 자산 토큰화, 부동산 중심으로 본격 확산

유럽이 디지털 채권 활성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일본은 부동산 자산 토큰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2021년 이후 일본에서 발행된 디지털 증권은 총 63건으로, 그 규모가 약 1940억 엔(1조8104억원)에 달한다. 이 중 약 80%가 부동산, 20%가 채권이다.

한편, 아직 부동산 토큰화 시장은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오사카 디지털 거래소의 START 마켓에 상장된 부동산 토큰은 단 6개뿐이며 월간 거래량도 약 2300만 엔(2억1400만원)에 불과하다.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부동산을 거래 가능한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려는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도권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 대표 자산운용사인 '미쓰이 디지털 자산운용'이 부동산 토큰화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16건의 부동산 토큰화 거래가 이뤄졌으며 그중 14건은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체 플랫폼 얼터나(Alterna)를 통해 진행됐다.

한편, 미쓰이는 그간 미쓰비시UFJ신탁은행(MUFG 트러스트)에 맡겨왔던 자사 토큰의 법적 관리 업무를 지난달부터 자체 시스템인 '얼터나 트러스트(Alterna Trust)'로 전환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토큰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로 인해 양사가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두 회사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것은 아니다. 양측 모두 MUFG가 개발한 보안형 토큰 발행 플랫폼 '프로그맷(Progmat)'을 통해 여전히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MUFG는 프로그맷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했지만 여전히 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쓰이 역시 신탁 서비스는 종료했지만 향후 대부분의 토큰 발행에 프로그맷을 계속 활용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MUFG와 미쓰이는 신탁 서비스 측면에서는 협업을 종료했지만 플랫폼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각자의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선택한 셈이다. 이러한 유연한 협업 구조가 향후 일본 자산 토큰화 시장에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