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이 대장주 비트코인(BTC)을 제치고 기관 투자 수요 면에서 주목할 만한 우위를 점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XRP는 지난 한 주 동안 약 1억 3,171만 달러(약 1,832억 원)의 자금 유입을 기록하며, 희귀하게 순 유출을 보인 비트코인을 앞질렀다. 비트코인은 이 기간 약 1억 2,513만 달러(약 1,739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기관 투자가들의 포트폴리오 이동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예외 사례가 아니라 디지털 자산 투자 시장 전반의 분위기 전환을 나타낸다. 전체 암호화폐 관련 투자상품으로의 주간 유입액은 무려 13억 6,100만 달러(약 1조 8,901억 원)에 달하며, 7월 들어 월간 기준으로는 총 80억 7,200만 달러(약 11조 2,296억 원)에 도달했다. 이는 2024년 12월 미국 대선 직후 기록된 54억 6,400만 달러(약 7조 6,496억 원)를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이번 급증세의 핵심은 비트코인이 아닌, XRP,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중심의 투자 흐름이라는 점이다. 이 중 리플은 비교적 낮은 시가총액과 ETF 노출도가 적다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뚜렷한 자금 유입을 기록해, 저평가된 대안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선 XRP ETF 승인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이런 흐름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14억 1,270만 달러(약 1조 9,635억 원) 규모로 압도적인 유입을 보여줬으며, 독일과 스위스도 뚜렷한 기여를 보였다. 반면, 캐나다와 아시아 지역(특히 홍콩)은 각각 약 584억 원, 2,224억 원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이는 규제 환경이나 제도적 기대감에 따라 지역별 투자 심리가 엇갈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이더리움은 단일 주간 기준으로 11억 4,710만 달러(약 1조 5,947억 원)의 유입을 보이며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주간 기록을 세웠다. 2025년 연초 이후 누적 기관 유입액도 약 10억 8,000만 달러(약 1조 5,012억 원)에 이르러 전년도 연간 수치를 이미 넘어섰다.
비트코인의 순유출은 대표 자산으로서의 매력을 잃었다기보다, 규제 명확화 전 이익 실현 혹은 재배치 차원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가 총액 상위 알트코인 가운데 XRP처럼 기관 지표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는 드물다. 이는 고무적인 신호일 수 있으나, 대체로 알트코인 시장 전체로의 자금 유입이 볼륨 면에서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XRP의 이 같은 성장은 단기적인 수요를 넘어선 구조적 변화의 신호일 가능성을 내포한다. 최근 수개월간 이어진 리플 관련 ETF 기대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향방, 기관 거래소에서의 거래량 증가 등 주요 지표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중심 전략을 넘어 다변화를 고려하는 이상, XRP는 앞으로도 기관 흐름의 주요 수혜 코인 중 하나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