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디지털, 6,213억 원 규모 비트코인 이동…기관 매도 시그널 '재점화'

| 손정환 기자

비트코인(BTC)이 11만 8,000달러(약 1억 6,402만 원) 선에서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갤럭시디지털(Galaxy Digital)의 대규모 비트코인 이동이 다시금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하고 있다. 최근 12시간 사이 이들이 거래소로 이체한 비트코인 규모는 3,782 BTC, 총액으로는 약 4억 4,700만 달러(약 6,213억 원)에 달한다. 이 금액 대부분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로 유입되며 대규모 매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번 자금 이동은 단 한 건에 450 BTC가 한 번에 옮겨지는 등 규모와 정밀도로 볼 때 기관 투자자 기반의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갤럭시디지털 측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만큼, 시장 참가자들은 더욱 긴장하고 있다. 이는 일주일 전 이들이 약 90억 달러(약 12조 5,100억 원)에 이르는 BTC를 과거 사토시 지갑에서 운용되는 지갑에서 이동시킨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며, 추가적인 하락에 대한 공포를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은 비교적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기준 0.4% 하락한 11만 8,217달러(약 1억 6,426만 원)로, 단기 급락 이후 빠르게 회복하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일정 부분 지지했다. 이는 시장이 단기 이슈에 내성이 높아졌음을 나타내지만, 장기 보유자들의 매도세는 이미 통계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CryptoQuant)에 따르면, 장기 보유자(LTH)의 순포지션이 최근 순유출세로 전환되며, 심리적으로 중요한 12만 달러(약 1억 6,680만 원) 문턱에서 차익 실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분석가는 갤럭시디지털의 BTC 보유분 중 약 8만 개를 이미 현금화한 것으로 추정하며, 이것이 명백한 기관 차원의 이익 실현임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매도 조짐이 단순한 조정 수준에 그칠지, 아니면 중장기 상승 사이클의 고점을 알리는 신호일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비트코인의 MVRV(시장가치-실현가치비율) 365일 이동평균 지표는 지난 2021년 강세장의 고점 형성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일부 분석가는 이번 상승 사이클이 8월 말 또는 9월 초에 정점을 찍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아울러 크립토 시장 분석가 알리(Ali)는 차트상 비트코인의 다음 목표가 14만 9,679달러(약 2억 780만 원)일 수 있으며, 그 직전까지 기관과 고래 투자자들의 조정 매물이 반복적으로 출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초에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비트코인 선물 갭도 다시 한번 마감되며, 통상적인 변곡점 신호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한편, 시장은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결정과 글로벌 거시경제 흐름을 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의 중단기 일정은 여전히 유동적인 상태다. 갤럭시디지털의 대규모 BTC 이동은 당장의 가격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다음 행보에 따라 전체 시장 전망 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