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뚜렷하게 커지면서 비트코인(BTC)을 중심으로 한 자본이 이더리움(ETH)과 각종 알트코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 회전은 시장 구조를 약화시키고 대규모 청산 위험을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Bitfinex)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몇 주간 레버리지를 활용해 더 높은 수익을 노리는 고위험 포지션을 쌓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개방포지션 비율(Open Interest Ratio)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보고서는 "투기적 베팅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청산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파생상품 시장 내 개방포지션 점유율은 지난 3개월간 51%에서 41%로 급격히 감소하며, 그 자리를 이더리움과 기타 알트코인이 차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의 점유율은 17%에서 26%로 상승했으며, 알트코인 군은 전체의 약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이더리움 ETF 기대감과 신규 상장 알트코인들에 대한 투기적 관심이 투자 유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알트코인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지만, 토큰 간 자본 분산은 시스템 전반의 취약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트파이넥스 애널리스트들은 "모멘텀이 꺾이거나, 예기치 못한 거시 경제 이슈 및 규제 변화가 발생할 경우 레버리지가 일시에 해소되며 시장 전반에 급격한 하락세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시장은 이미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23일부터 25일 사이, 비트코인의 급락과 함께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14억 6,000만 달러(약 2조 308억 원) 규모의 롱 포지션 청산이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비트코인이 약 3억 7,000만 달러(약 5,143억 원)를 차지했다. 나머지 큰 폭의 청산은 대부분 레버리지 거래가 집중된 알트코인 섹터에서 발생했다.
더불어 최근 30일간 하루 평균 청산 규모는 3억 5,000만 달러(약 4,865억 원)를 넘어서며 시장이 이미 고위험 환경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주요 자산의 변동성 확대는 소수 코인에 머물지 않고 시장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비트파이넥스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과도한 포지셔닝이 계속될 경우, 시장이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열 상태’에 빠질 수 있다”며 경고했다. 투자자들은 이같은 구조적 불안 요인을 고려해 시장 급변 시 대응 전략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