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프라이버시 지갑 '사무라이 월렛(Samourai Wallet)'의 공동 창업자들이 1억 달러(약 1,39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BTC)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번 자백은 암호화폐 믹서 서비스에 대한 미국 법무부의 고강도 단속과 맞물려, 향후 오픈소스 기반 프라이버시 도구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연방 법원 기록에 따르면, 사무라이 월렛의 키온 로드리게즈(Keonne Rodriguez)와 윌리엄 힐(William Lonergan Hill)은 뉴욕 남부지방법원 데니스 코트 판사 앞에서 자백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자금세탁 공모 혐의(최대 20년형)와 무허가 송금업 운영 혐의(최대 5년형) 모두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며, 최대 징역 25년형에 처할 수 있다.
검찰 측은 사무라이 월렛이 다크웹 마켓 '실크로드(Silk Road)'와 같은 불법 플랫폼에서 발생한 불법 수익 중 1억 달러(약 1,390억 원) 이상을 세탁했으며, 총 20억 달러(약 2조 7,800억 원) 규모의 의심 거래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당 지갑의 ‘Whirlpool’ 및 ‘Ricochet’ 기능은 사용자의 입출금 경로를 흐리기 위한 목적의 도구로 설계됐으며, 내부 채팅 및 SNS 게시글 등을 통해 두 창업자가 범죄 이용 가능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마케팅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사무라이 측 변호인단은 처음 체포 당시부터 재판 기각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 4월 법무차관 토드 블랑슈(Todd Blanche)가 사용자 행위로 인한 법적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이에 기대어 기소 취하를 요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국세청 산하 금융범죄단(FinCEN)의 내부 자료가 방어 논리에 유리하다는 주장을 일축하며 자료 제공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Tornado Cash의 공동 창업자 로만 스톰(Roman Storm)에 대한 재판과도 연결되는 형국이다. 현재 뉴욕 연방 배심원단 앞에 선 그는 자금세탁, 제재 위반, 무허가 송금업 운영 혐의를 받고 있으며, 재판은 7월부터 시작됐다. 소프트웨어 제공자도 사용자 행위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선례가 확정될 경우, 전체 오픈소스 생태계에 타격이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의 개발자 단체와 커뮤니티는 이러한 기소가 비수탁형 암호화폐 솔루션 개발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자금을 관리하지 않는 단순 코드만 제공하는 시스템에까지 범죄 혐의를 적용하는 건 명백한 과잉 집행이라는 비판이다.
올해 초 한 블록체인 개발자 역시 미국 법무부가 암호화폐 혁신을 억압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말미, 비수탁형 지갑 개발자를 마치 불법 송금업자로 간주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무라이 월렛 사건은 이번 유죄 인정을 통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그 여파는 암호화폐 개발과 프라이버시 툴의 법적 해석을 둘러싼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암호화폐 프라이버시 툴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 여부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다시 불확실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