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시금 암호화폐 시장을 뒤흔들면서, 최근 15주간의 순유입 흐름이 종료되고 대규모 자금이 시장을 떠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더리움(ETH)은 긍정적인 투자 심리를 견고히 지키며 주요 암호화폐 중 유일하게 순유입을 기록해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스(CoinShares)의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주 전체 암호화폐 투자 상품에서는 약 2억 2,300만 달러(약 3,099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올 상반기 동안 이어진 강력한 유입 기조를 뒤집는 수치로, 단 하루 동안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가 시장을 빠져나간 날도 있었다.
이 같은 급격한 자금 이탈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 장기화 시사, 기대치를 웃도는 경제 지표 등 위험 회피 심리를 강화시킨 외부 요인들과 관련이 깊다. 제임스 버터필(James Butterfill) 코인셰어스 리서치 총괄은 "미 약세장의 확장된 해석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차익 실현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BTC)의 경우 특히 큰 폭의 타격을 입었다. 약 4억 400만 달러(약 5,616억 원) 규모의 유출이 발생하면서, 기존 자금 유입 흐름을 꺾었다. 다만 이로 인해 누적 유입액이 여전히 약 200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에 달하는 점은, 비트코인이 여전히 시장 내 절대 강자로 자리하고 있는 증거로 읽힌다.
반면, 이더리움은 이번 주 투자금 약 1억 3,300만 달러(약 1,850억 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올 들어 전체 유입 금액을 약 80억 달러(약 11조 1,200억 원)로 끌어올리며, 시장을 주도하는 흐름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알트코인 시즌(altseason)’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서 XRP와 솔라나(SOL), 세이(Sei) 역시 각각 3,120만 달러(약 434억 원), 880만 달러(약 122억 원), 580만 달러(약 81억 원)의 유입을 기록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점차 비트코인 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 반면 라이트코인(LTC)과 수이(SUI) 등 일부 자산에서는 소규모 유출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변화 경향이 단기적인 차익 실현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알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뉴 리더십' 형성이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한다. 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단순한 변동성을 넘어 구조적 변화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