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테나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e의 시가총액이 최근 한 달 만에 약 75% 급증하며 93억 달러(약 12조 9,270억 원)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USDe는 테더(USDT), USDC에 이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장 3위를 차지하게 됐으며, USDC의 입지를 위협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에테나랩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중순 이후 약 31억 달러(약 4조 3,090억 원)에 달하는 USDe가 새롭게 발행됐다. 이러한 급격한 성장세는 단순한 투자 심리를 넘어, 파생상품 시장의 긍정적인 자금 조달 금리와 함께 에테나(ENA) 토큰 바이백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주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기존의 테더와 USDC가 미국 국채 등 실물 기반 자산에 의해 뒷받침되는 반면, USDe는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등 디지털 자산의 현물 롱 포지션과 해당 자산에 대한 무기한 선물 숏 포지션을 조합해 가격 변동을 상쇄하는 이른바 ‘델타 중립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 구조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sUSDe 투자자에게 배분되며, 이는 기존 금융 인프라를 우회하면서도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지나친 자금 유입으로 인해 퍼펙추얼 시장의 스프레드가 좁아지자, USDe 기반의 수익률은 한때 연 60%를 웃돌았던 것에서 현재는 5% 이하로 급락했다. 에테나 측도 자사 백서를 통해 이러한 구조가 시장 환경 변화와 거래소의 안정성에 매우 민감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Coingecko와 DefiLlama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USDe는 DAi를 계승한 USDS를 제치고 시총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중 3위에 올랐다. USDT가 약 1,640억 달러(약 227조 9,600억 원), USDC가 640억 달러(약 88조 9,600억 원)를 기록 중인 가운데, USDe는 여전히 두 코인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월평균 8.4%의 성장률이 지속될 경우 2년 내에 USDC를 추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테나의 창립자 가이 영(Guy Young)은 USDe의 성장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복합 효과를 언급하며, “USDe가 숏 포지션을 추가할 때마다 테더(USDT)에 대한 수요가 동반 상승한다”며 “1달러 분량의 USDe가 발행되면 약 0.70달러(약 973원) 만큼의 테더 수요가 새롭게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는 USDe의 성장이 역설적으로 현존 거대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급성장은 과거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 루나(LUNA)와 UST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경계심도 함께 불러오고 있다. 당시에도 과도한 레버리지와 수익률 중심의 생태계가 무너지며 시가총액 600억 달러(약 83조 4,200억 원)를 날리는 참사가 벌어진 바 있다.
결국, USDe가 시총 기준 상위권에 진입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이나, 이 모델이 장기적으로도 시장 신뢰를 얻으며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유동성 축소, 거래소 리스크, 규제기관의 압박 등 여러 변수들이 향후 북극성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