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방송 당국이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의 광고 ‘Everything Is Fine’을 금지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암스트롱(Brian Armstrong)은 “오히려 이 검열이 전통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문제의 광고는 7월 31일 코인베이스 공식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개됐다. 밝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가사는 “우린 아무 문제 없어요, 불평할 이유도 없죠”라는 말로 시작되지만, 동시에 화면엔 낡은 주택, 쓰레기 더미, 극심한 빈곤 등 영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영상은 유머와 풍자를 교차시키며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생활비 위기 속에 고통받는 영국인의 삶을 강조한다.
하지만 8월 4일, 암스트롱은 해당 광고가 영국 방송사들로부터 금지됐다고 밝히며, 이는 영상이 전한 메시지가 불편하지만 사실이라는 점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할 수 없다면, 그 안에 진실이 담겨 있다는 뜻”이라며 검열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 광고가 특정 정당을 겨냥한 정치적 선전물이라며 비난했지만, 암스트롱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는 특정 정부나 국가가 아닌, 전 세계 공통의 문제인 ‘낡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며, 미국에서도 유사한 콘텐츠를 게재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일부 영국인들은 암호화폐를 도박 상품 정도로 인식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낡은 시각”이라고 강조하며, 암호화폐가 전통 금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오히려 검열과 비판이 광고의 확산을 더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광고는 특히 영국 사회의 경제 불안정성을 정조준한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공정금융단체인 Fair4All Finance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성인 44%에 해당하는 2,030만 명이 재정적 취약 상태에 처해 있으며, 이는 2022년 대비 16% 증가한 수치다. 불안정한 소득 구조, 낮은 저축률, 건강 문제, 실직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영국은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명확성이 결여돼 있는 상황이다. 정책 싱크탱크 OMFIF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영국 정부가 구체적 규제 마련을 거듭 미루며 미국과 EU에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자자 보호와 산업 성장 모두에서 중심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광고 금지 이슈를 넘어, 암호화폐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둘러싼 근본적인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암스트롱은 “기득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이야기할 시간”이라며, 암호화폐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음을 재차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