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리퀴드 스테이킹’과 관련한 법적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하는 새 지침을 내놓았다. 이 지침은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활용도가 높은 스테이킹 방식인 리퀴드 스테이킹의 법적 지위에 대한 명확한 분기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SEC 산하 기업금융국은 8월 5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리퀴드 스테이킹 행위와 이 과정에서 발행되는 스테이킹 영수증 토큰(SRT)이 단독으로는 등록이 필요한 증권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SEC는 리퀴드 스테이킹을 ‘이용자가 암호화폐를 프로토콜 또는 서비스 제공자에 예치하면, 같은 양의 SRT 토큰이 발행되고, 사용자는 유동성을 유지한 채 예치 자산에 대한 소유권과 보상을 SRT를 통해 증명하는 구조’라고 정의했다.
SRT 자체는 단순한 영수증의 일환으로 취급되며, 예치 자산을 굳이 언스테이킹하지 않아도 담보나 기타 금융 응용에 활용 가능하다. 특히 보상 배분이나 슬래싱(벌점 제도)이 있을 경우, 이들은 SRT의 양과 비율 변화 또는 토큰 소각·재발행을 통해 시스템적으로 반영된다. 이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생태계에 널리 퍼진 리퀴드 스테이킹 운영 방식과 일치한다.
SEC는 이 같은 모델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역할이 최소한의 행정적인 수준에 그치며, 투자 계약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기업가적 노력’이나 ‘관리 기능’을 갖추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리퀴드 스테이킹 행위 자체나 SRT의 발행·보유는 증권 거래법상 등록 요건을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이 지침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포괄적 면책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SEC는 동일한 명칭의 리퀴드 스테이킹이라도, 만약 서비스 제공자가 투자 행위 전반에 적극 개입하거나 수익을 담보할 경우 증권성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언급했다. 즉, 사례별 분석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조건부 합법성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5월 SEC가 자체·위임·보관형 스테이킹 등에 대해 ‘등록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리퀴드 스테이킹까지 포함한 결정이다. 당시에도 SEC는 조기 인출 가능성, 보상 일괄 지급, 자산 통합 등의 기능이 있다고 해도 그 자체로 증권성을 부여하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국, 일련의 지침은 암호화폐 스테이킹의 법적 경계를 선명히 규정하며, 시장 참여자들에게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는 SEC의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행정 기능을 넘어선 서비스 구조나 토큰 설계에 대해서는 여전히 증권성 판단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규제 우회 시도에 대한 견제 의도도 함께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