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공동 창업자인 로만 스톰(Roman Storm)의 재판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심원 중 한 명이 재판 중 하루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이유가 어머니의 생일 파티 참석과 페디큐어 때문이라는 사실이 법정을 넘어 커뮤니티 전반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해당 사건은 8월 4일, 미국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에서 발생했다. 보도를 전한 인너시티프레스는 '넬슨(Nelson)'이라는 이름의 여성 배심원이 다음 날 열릴 어머니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고자 재판 일정을 하루 미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요청은 당초 다른 배심원들로부터 동의를 얻었지만, 캐서린 포크 파일라(Katherine Polk Failla) 판사는 이를 거부했다. 판사는 “벌써 다른 배심원 일정도 조정돼 있는데, 페디큐어는 포기해야 한다”고 밝히며 기본적인 법정 책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재판부는 협의 일정에 일부 변화를 주기로 했고, 배심원단은 종전 오후 4시까지 진행하던 토론을 오전 8시 30분부터 정오까지만 진행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재판부는 이후 사흘간은 오후 3시 45분까지, 금요일은 오후 1시까지만 협의를 이어간다는 조정안을 수용했다.
이번 배심원 요청은 암호화폐 업계와 법조계 모두에서 다양한 반응을 일으켰다. 법률 분석가 메타로맨(MetaLawMan)으로 활동하는 제임스 머피(James Murphy)는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를 작성했단 이유로 몇십 년의 징역형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한 배심원이 생일 파티 때문에 결정을 미루겠다는 건 코미디 같은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반응은 배심원 감정의 영향을 우려한 의견이다. 아라곤(Aragon) CEO인 앤서니 로이텐너거(Anthony Leutenegger)는 “만약 배심원의 요청을 거절하면 감정적으로 불만이 생겨 공정한 판단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로만 스톰은 현재 자금세탁 공모, 제재 위반, 무허가 송금업 운영 등 중대한 연방 범죄 3건으로 기소돼 있으며,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최대 4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사법당국은 스톰이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해커 및 사이버범죄자들이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을 세탁하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개인적 사정과 합법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미국 사법제도의 현실을 상기시키며, 암호화폐 관련 형사소송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감정적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