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100% 반도체 관세, 美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 55% 급감

| 서지우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8월 7일 발효한 100% 반도체 수입 관세로 인해 미국 내 비트코인(BTC) 채굴 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주로 아시아에서 제조된 ASIC(애플리케이션 특화 집적 회로) 장비에 의존하던 채굴 기업들은 장비 조달 비용이 평균 21% 이상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이번 관세는 외국산 반도체 전반에 적용되며, 특히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주요 생산국에서 수입되는 채굴 장비 역시 해당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책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자립을 위한 조치로 강조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내 채굴 장비 생산 기반이 부실한 만큼 대부분의 기업은 당장 대안을 찾기 어려운 형편이다.

관세 발효 전부터 채굴 업계는 대응에 분주했다. 일부 장비 유통업체와 채굴 기업은 관세 시행 전 장비를 들여오기 위해 싱가포르발 전세기를 이용하거나 10배에 달하는 항공운송비까지 감수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로 기존 우회 수입 경로 대부분이 차단되면서, 채굴 장비 가격은 급등세다. 이에 따라 각사의 신장비 도입 및 시설 확장 계획은 전면 재검토되고 있다.

특히 비트메인(Bitmain)과 마이크로BT(MicroBT)로 대표되는 글로벌 주요 ASIC 제조사는 중국 외 생산기지로 동남아시아를 택했지만, 이들 역시 결국 관세 적용을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일부 미국 내 생산설비 기반 칩에는 예외 조항이 적용되지만, 해외에서 생산된 고성능 ASIC은 대부분 관세 대상에 포함된다.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의 연간 수익성은 전년 대비 55% 급감했다. 해시레이트 난이도는 사상 최고치인 123조를 돌파하며 기존 채산성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특히 마라톤 디지털, 라이엇 플랫폼, 클린스파크 등 상장 채굴기업 주가는 해당 조치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시장 반응도 냉담했다.

케임브리지대 보고서에 따르면, 채굴 산업에서 초기 설비 투자에서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60~70%에 이른다. 따라서 장비 가격 상승은 미국의 해시율 지배력을 장기적으로 약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루크서(Luxor)의 최고운영책임자 이선 베라가 “정책이 이틀 만에 바뀔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고 발언한 점은 이번 정책 전환이 계획 없는 급작스러운 결정이었음을 보여준다.

관세 여파로 일부 채굴업체는 캐나다, 노르웨이, 카자흐스탄 등 관세 부담이 없는 해외 지역으로의 이전까지 고려 중이다. 그러나 단기간 내 가시적인 탈출이 쉽지 않은 만큼, 미국 내 해시레이트 점유율 하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산업 자립 정책이 비트코인 채굴 업계에 어떤 장기적 균형점을 안겨줄지, 향후 몇 주간의 업계 반응과 정책 유연성에 따라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